[사회] 1000만 영화에 10만 관광객…'왕사남' 흥행 따라 영월도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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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청령포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박진호 기자.
청령포 숲 2004년 산림청 '천 년의 숲 지정'
비운의 왕 단종의 삶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육지 속의 섬 청령포(淸泠浦).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청령포는 앞으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뒤로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었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는 배를 타야만 입장이 가능한데 최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청령포에 들어서자 소나무가 울창한 숲이 눈에 들어왔다. 이 숲은 2004년에 산림청이 천 년의 숲으로 지정할 만큼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소나무 숲 안으로 들어가자 단종이 머물던 기와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단종어소(端宗御所)가 나왔다. 바로 옆엔 단종의 유배지임을 알리기 위해 세운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 일반 백성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 세운 금표비(禁標碑), 단종이 한양을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 등이 있다.
또 단종어소와 단묘유지비를 향해 절을 올리는 듯 몸을 낮춘 소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는 ‘엄흥도 소나무’로 불린다.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절의 상징이다.
영화를 보고 청령포를 찾았다는 이순화 (69·강원 홍천군)씨는 “배에서 내려 유배지로 들어오는데 이런 곳에서 어찌 지냈을지 애처롭고 딱한 마음부터 들었다”며 “사방이 막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답답했을 단종을 생각하면 괜히 울컥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청령포에 있는 단종어소 모습. 박진호 기자.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청령포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박진호 기자.
관음송, 단종의 슬픔 '보고 들었다'
숲속으로 더 들어가자 소나무 한 그루가 유독 우뚝 서 있었다. 이 나무는 단종의 한이 서려 있다는 관음송(觀音松)으로 높이가 30m에 이른다. 관음송은 가슴높이 둘레가 5.19m이고, 땅바닥으로부터 1.6m 정도에서 두 개로 갈라져 마치 학이 날개를 편 것처럼 보인다.
관음송의 수령은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돼 유배 생활을 할 때 이 나무에 걸터앉아 한양 쪽을 바라보며 오열했다고 한다. 관음송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단종의 슬픔을 ‘보고 들었다’는 뜻에서 볼 관(觀), 들을 음(音)을 붙여 지어졌다.
전북 전주시에서 온 김은주(63·여)씨는 “청령포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데 최적의 유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과 단절된 이곳에서 어린 왕이 겪었을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청령포 단종어소에 있는 엄흥도 나무 모습. 박진호 기자.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청령포에 있는 관음송 모습. 박진호 기자.
단종의 묘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영월에는 청령포처럼 단종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매년 ‘단종문화제’가 열리는 장릉(단종의 묘)이다. 장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
서울에서 온 이숙경(72·여)씨는 “장릉은 영화에 나오는 곳은 아닌데 왜 이곳에 단종을 모셨는지 궁금해 찾았다”며 “영화를 보면서 느낀 슬픔이 잊히지 않아 올해 단종문화제 때 다시 한번 장릉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월군은 1967년부터 장릉에서 단종문화제를 열어왔다. 59회째를 맞는 올해 단종문화제는 4월 24∼26일에 열릴 예정이다. 장릉 제례와 민속신앙, 칡 줄다리기, 국장 재현을 통해 단종의 영면과 재림을 기원할 계획이다.
영월읍엔 관풍헌이 있다. 관풍헌은 청령포가 장마로 침수될 위험에 놓이게 되면서 새로운 거처가 된 곳이다. 이곳에서 두 달가량을 머물던 단종은 사약을 받았다. 단종이 죽자 엄흥도는 영월 선산 양지바른 곳에 남몰래 시신을 묻었는데 그곳이 바로 장릉이다.
1456년 단종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박팽년ㆍ성삼문ㆍ이개ㆍ하위지ㆍ류성원ㆍ유응부 등 사육신 6인과 김시습ㆍ남효온 등 생육신 2인, 순절 충신 박심문과 단종 시신을 모신 엄흥도 등 10인의 위패가 있는 곳도 있다. 창절서원이다. 1685년에 창건된 창절서원엔 10그루의 충절목(忠節木)이 있는데 그 앞에는 충신들의 본관과 시호(諡號)를 표기한 10위의 표지석이 있다.
6일 오전 찾은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에 있는 단종의 무덤 장릉 모습. 박진호 기자.
할아버지 세종대왕 사랑 독차지한 단종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태어난 단종은 할아버지인 세종대왕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총명했다고 한다. 조선 왕조의 역대 왕 중 원손, 세손, 세자를 거쳐 즉위한 가장 완벽한 조선 정통 핏줄의 유일한 왕이었다.
1452년 12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단종은 1455년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내주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16살에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후 17살에 영월 관풍헌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후 1698년(숙종 24년)에 임금으로 복위됐다.
개봉 한 달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힘입어 청령포와 장릉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올해 누적 관람객은 9만444명으로 지난해 이미 연간 총 관람객 26만3327명의 34% 수준이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영월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장항준 감독은 오는 4월 24일 개막하는 단종문화제 일정에 맞춰 영월을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단종의 역사와 영월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시점에 감독과 배우들의 축제 동참은 큰 힘이 된다”며 “이번 문화제를 계기로 역사와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영월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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