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경고에도 모즈타바 선출…이란 '결사항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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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TV가 9일(현지시간) 헌법 기구인 전문가회의에서 전날 새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얼굴을 내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8일(현지시간) 공식 선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던 모즈타바를 이란이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선택한 것은 대미 결사항전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려 온 ‘베네수엘라 모델’ 적용이 일단 무산되면서 이란 전쟁이 장기 지구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새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임시 회의를 소집해 투표를 거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3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하메네이 사후 8일 만이다.

이란 “임시회의 투표 거쳐 최고 지도자로 선출”

이란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헌법 기구 전문가회의는 폭격을 받아 숨진 하메네이와 고위 군 지휘관들을 ‘존경받는 순교자들’로 지칭하고 “범죄적인 미국과 억압적인 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전 이란 국민을 향해 “지도부에 충성을 맹세하고 ‘윌라야의 축’(최고 지도차 체제)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회의는 공습 위협 등 보안상의 이유로 이번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모즈타바는 이란 체제 핵심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약 20년간 막후에서 움직이고 정보기관 등 권력 핵심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그림자 실세’다. 공식 공직을 맡은 적은 없지만, 2009년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을 때 유혈진압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부친 못지않게 강경 노선을 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경량급…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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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식을 마친 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경량급(lightweight)”이라고 깎아내리며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라고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차기 지도자는 우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받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 모즈타바를 이란이 새 최고 지도자로 공식 선출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스스로 협상의 여지를 닫아놓고 군사적으로는 지구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다.

모즈타바 선출 강행…“이란 붕괴 없을 것 과시”

레바논의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라미쿠리 박사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체제 붕괴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과시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확대되는 공격 속에서도 정부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사한다”며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쟁 종식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이 체제 결속의 강력한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 이란 체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세력이 팔레비 왕조 세습 통치의 비민주성을 비판하며 기존 왕정 체제를 전복시키며 탄생했다. 모즈타바가 부친의 뒤를 잇는 것은 이란 혁명이 내세운 능력주의 선출 원칙을 져버린 자기 부정일 수 있다. 하메네이도 생전 측근들에게 아들의 후계자 계승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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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당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할리 하메네이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순교 서사’ 작동…세습 논란 무마 시도

그럼에도 이를 강행한 것은 ‘순교의 서사’가 작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회의는 36년 이상 이란을 제왕적으로 통치해 온 하메네이의 죽음을 ‘순교’로 설명하면서 이란의 단결을 촉구했다. NYT는 “하메네이는 이슬람 시아파 공동체를 지키려 했지만 자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한 권위주의자였다”며 “그의 죽음이 신도들에게 순교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2억명 이상의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분노와 슬픔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후세인이 680년 소수 병력을 이끌고 압도적인 군대에 맞서 싸우다 죽은 카르발라 전투 이후 ‘순교는 신앙과 정의를 위한 최고의 영광이자 희생’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전쟁 동원을 정당화해 왔다. 이란 성직자들은 하메네이가 살해된 후 그의 아들을 선택하는 것이 ‘순교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는 동시에 하메네이의 유산을 기리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적의 공격에 의한 순교’를 강조해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세습 논란을 털어내려 한다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실제로 모즈타바가 전면에 등장하자마자 이란 권력 기구들은 즉각 충성 맹세를 하고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섰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새 지도자에 충성을 바치겠다”며 완전한 복종을 선언했고, 온건·보수파를 아우르는 중량감 있는 인물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모즈타바 선출을 지지하며 “새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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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모즈타바도 美 참수작전 표적 되나  

모즈타바 체제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저항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친미 성향 정권으로의 전향을 기대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파상공세를 더욱 전방위적으로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에 이어 모즈타바를 겨냥해서도 축출 작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며 차기 지도부가 반미·핵추구 노선을 고수할 경우 참수작전을 반복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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