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래퍼 출신 35세’ 네팔 총리 되나…젠지 정치혁명 후 총선 압승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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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의 반정부 시위로 기존 정부가 붕괴한 뒤 치러진 네팔 총선에서 래퍼 출신 정치인 발렌드라 샤(35·활동명 발렌) 전 카트만두 시장이 압승하며 유력한 차기 총리로 떠올랐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이번 선거에서 발렌이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하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네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발렌은 동부 자파주 5지역구에서 6만8348표를 얻어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1만8734표)를 큰 격차로 꺾고 당선됐다. 이 지역구는 4선 총리를 지낸 올리의 정치적 텃밭으로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혀온 곳이다. 이번에 발렌이 압도적 표 차로 승리하면서 네팔 총선 역사상 최대 격차 기록이 나왔다고 현지 매체는 평가했다.
래퍼 출신 정치인이자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RSP)의 총리 후보인 발렌드라 샤가 7일(현지시간) 네팔 자파 지구 다막에서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발렌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중도 성향 정당인 국민독립당(RSP) 역시 돌풍을 일으키며 지역구 165석 가운데 약 100~12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사실상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이미 축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발렌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RSP의 상징인 ‘종’을 흔들며 승리를 축하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춤을 추고 물을 뿌리며 환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생애 첫 투표를 했다는 한 18세 학생은 BBC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청년들이 더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결정권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젊은 유권자는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 지지자들이 하원의원 후보 란주 다르샤나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지난해 9월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당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정치권 부패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 조치 등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고, 충돌 과정에서 약 70여 명이 숨지는 등 대규모 혼란이 발생했다. 결국 당시 총리였던 올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정부가 붕괴했고 이후 조기 총선이 실시됐다. BBC 등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오랜 정치 불안과 부패 논란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표심 이동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발렌 개인의 인지도와 상징성이 선거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른 채 발렌의 정당 RSP에 투표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였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기존 정치 엘리트 중심 체제에 대한 불신이 젊은 정치 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발렌은 누구
발렌은 네팔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다. 그는 1990년 4월 27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나라데비 지역에서 태어났다. 마데시 출신 가정에서 성장한 발렌은 카트만두의 히말라얀 화이트하우스 국제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인도 비스베스바라야 공과대학교에서 구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 래퍼로 데뷔해 대중 앞에 처음 섰다. 특히 정치권 부패와 사회 불평등을 비판하는 곡들을 발표해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명성을 떨쳤다. 대표곡 ‘나는 네팔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Ma Nepal Haseko Herna Chahanchu)’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다(Garibako Chameli Boldine Kohi Chhaina)’ 등은 정치 풍자를 담은 노래로, 이후 시위에서 많이 사용됐다.
유명세를 입고 그는 2022년 무소속으로 카트만두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권에 본격 진입했다. 시장 재임 시절에는 불법 건물 철거와 보행로 정비, 학교 장학제도 투명화 등 강경한 행정으로 주목받았다.
네팔 자파 지구 다막의 개표소에서 7일(현지시간)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RSP) 선거 후보 발렌드라 샤(가운데)가 의회 선거 승리 후 당선증을 받고 승리 V자 손짓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그의 정치 행보가 장밋빛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시장이던 카트만두 시내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시 경찰이 상인들을 강제로 퇴거시키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빈곤층 생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강경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카트만두 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집행되지 않는 낮은 예산 집행률 문제가 제기됐으며, 시 행정 책임자와의 갈등으로 공무원 급여 지급이 수개월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1일에는 그가 페이스북에 인도·중국·미국을 겨냥해 “너희가 모두 합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약 30분 만에 삭제해 외교 감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 결과로 발렌은 네팔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첫 마데시 출신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오랜 기간 정치적 권리 확대를 요구해 온 마데시 지역 주민들에게도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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