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전쟁 여파 유가 급등에…휴전 서두르는 트럼프, 중재 나선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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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란 취지로 발언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의 휴전 중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란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각국이 휴전 중재와 함께 전략비축유 방출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미 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 정책모임에서 이란 공습 군사작전을 “단기 군사행동(short-term excurs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이란 내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남은 목표물도 하루면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기자회견에선 “궁극적인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더 단호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신화=연합뉴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차남인 모즈타바를 강하게 비판했던 입장에서 선회해 점차적으로 발언 수위를 완화하고 있다. 당초 모즈타바의 후계자 지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가, 최고지도자 선출 직후엔 “마음에 안 든다”면서 톤을 조절했다. 같은 날 NBC 인터뷰에선 “이란이 모즈타바를 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큰 실수”라고 했다. 모즈타바 개인을 비난하던 것에서 이란의 판단 실수 정도로 방향을 틀면서 발언 수위를 확 낮춘 것이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각국은 앞다퉈 이란 휴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하원의원 모임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란전 종식을 위한 도움을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도 나섰다.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동 분쟁 중재를 위해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미국의 요청으로 중동 미군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요격용 드론과 전문가팀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이후 러시아와의 전쟁을 겪으며 러시아가 쏘는 이란산 공격 드론인 샤헤드를 상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 5일 도움을 요청해 이튿날 바로 우리 팀이 출발했다”고 전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쉐브론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러, 이란발 원유 사태 반사 이익 예상…왜 중재 자처?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서두르고 각국이 중재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선 배경엔 이란 사태 여파로 급등한 국제 유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및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9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전략 비축유 공동 방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IEA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석유 가격 급등 등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비상 대응 체계를 운영 중이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등 최소 3개국이 비축유 공동 방출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유가 급등은 안전과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등 세계 각국과 이란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고 전략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 내부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5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서 ‘미국 내 가스나 석유 가격이 오를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덜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지지 여론이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9일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19.5달러(약 17만5414원)까지 오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이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유가는 90달러(약 13만2111원) 안팎으로 하락, 급등세가 일부 진정됐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는 자국 원유가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어 오히려 반사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라는 점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공습 직후인 지난 2일 푸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 4국과 연쇄 전화통화를 가진 뒤 “러시아가 이란과의 관계를 활용해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도 휴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이란 국영TV를 통해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휴전을 요청했다”며 외교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다만 그는 “첫 번째 조건은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이 중단되는 것”이라며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군사력을 최적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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