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디까지 교섭하나” 현장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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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현장 곳곳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가 동시에 넓어지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당장 첫날 원청은 수십 개 하청노조로부터 동시에 교섭 요구를 받았지만 어디까지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누가 교섭 책임을 지는 사용자로 인정할지(사용자성) 판단도 명확하지 않다. 노동부가 ‘사용자 판단위원회’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최소 수개월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인데 최대 20일의 짧은 심의 기간 안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복리후생·임금 등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따로 판단하도록 한 점도 또 다른 분쟁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상민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사용자로 인정돼 교섭 테이블에 앉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모호하거나 없어 보이는 안건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다시 분쟁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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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전이나 생산라인 축소 같은 사업 재편도 분쟁 대상이 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이 기존에 교섭 대상이 아니었던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한 데다 노동부 매뉴얼도 구조조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실제 실행 전이라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해 현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기업이 연중 내내 노동쟁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광선 변호사는 “과거에는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사실상 추가 쟁의가 어려웠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사업 경영상 결정과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노조가 상시로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을 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노 갈등’과 ‘노사 갈등’이 맞물리며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노조와 원청노조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갈등이 더 커지고, 결국 노사관계 전반이 더 큰 분쟁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원청 교섭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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