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냉장고만한 기계 묶여 24시간…2년째 '새 심장' 찾는 4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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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브란스 병원에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바드·VAD)'를 단 김이은(4)양이 품에 인형을 들고 서 있다. 사진 김기홍씨
4살 이은이는 자기 키를 훌쩍 넘는 냉장고만 한 크기의 ‘바드(VAD)’와 늘 함께 다닌다. 바드는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로,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긴 호스로 장치와 연결된 이은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아빠 김기홍씨와 그의 아내는 3년 가까이 충청북도 청주와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교대로 오가며 24시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며 이은이 곁을 지켰다.
이은이는 생후 4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2년 6개월째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심장 수축 기능이 저하돼 온몸에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병이다. 수차례 고비를 넘긴 끝에 이은이가 바드 시술을 받은 건 지난 2023년 8월쯤이다. 바드는 2m 길이의 호스로 심장과 연결돼 생명을 유지해 주지만, 뇌경색·뇌출혈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김씨는 “이은이는 바드를 단 지 3일째에 뇌경색과 뇌출혈이 오면서 이미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갖게 됐다”며 “바드의 위험성을 알고도 개흉 수술을 거쳐 장치를 달았는데, 이 소식을 듣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고 토로했다.
장기 이식이 계속 밀리면서 병원비도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났다. 김씨는 “다행히 병원 차원의 수술비 후원이 있긴 했지만 비급여 항목이나 매주 서울을 오가는 비용, 식비 등을 따지면 숨만 쉬어도 일주일에 수백만 원씩 비용이 들고 있어 빠른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년 반 기다려도 16일 기다린 환자와 동점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는 김이은(4)양이 생후 18개월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모습. 사진 김기홍씨
이은이가 언제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장기 이식 대기자의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관련 규정이 가족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장기이식관리 업무안내에 규정된 ‘심장 및 폐 응급도 결정을 위한 항목별 점수’에 따르면 응급도가 높은 미성년자 심장 이식 대기자의 경우 하루 0.5점의 가산점이 부여되지만, 16일이 지나면 최대 점수인 8점에 도달해 더는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2년 반을 기다린 이은이와 16일을 기다린 환아가 같은 가산점을 받게 되는 셈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장기 이식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은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반기준’이다. 일반기준에선 심장의 응급도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 과거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이 때문에 이은이는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 심장 이식 기회를 놓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업무안내에 16일을 기준으로 짜여진 ‘항목별 점수’가 가장 마지막으로 개정된 건 지난 2017년이다. 김씨는 “바드가 국내에 도입돼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최근 일이라 그 이전엔 응급도 높은 심장 환아가 16일 이상 버티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대기하는 상황을 상정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바드를 달고 2년 넘게 기다리는 아이가 나오고 있는데도 기준이 과거 그대로인 건 말도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복지부 "규정 바꾸려면 의료진 의견 개진 필요"
복지부는 장기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 명에게 이식 우선권이 돌아가면 다른 한 명이 밀리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임을 이해하지만, 의료진이 항목별 점수에 대한 개정 의견을 장기이식 운영위원회에 개진해야 규정을 바꿀 수 있다”며 “아직까지 관련해 의료진이 전달한 의견은 없지만, 의견이 들어오면 지금 규정이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해 개정 여부를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의견이 제시되더라도 실제 규정이 바뀌기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료진 의견을 수렴한 뒤 장기이식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치고, 이후 복지부 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지침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하루가 급한 심장 이식 대기 아동 가족의 절박함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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