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흔들리는 사법부…"개헌으로 풀 수밖에 없어" [사법체계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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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3법(재판소원법·법왜곡죄·대법관 증원법) 시행을 앞둔 10일 법안의 위헌성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 투표가 필수인 개헌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다는 명분의 법안인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을 배제한 채 법이 통과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보다 민주적 정당성 취약한 헌재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 사실상 ‘4심제’로 일컬어진다. 헌법상으로 헌법재판소는 대법원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구조로 평가된다. 그러나 4심제가 현실화되면서 헌재가 헌법과 반대로 대법보다 우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헌법 111조 5항에는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을 임명, 국회가 3명을 선출,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한다고 규정한다.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는 상관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임명이 가능하다. 국회 몫 추천 후보자 외엔 국회 본회의 표결도 거칠 필요가 없다. 대법관이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다르다.

"사실상 편법적 개헌"
위헌성 시비도 여전하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101조 1항)는 명문이 있는데도 재판소원은 헌재가 법률 해석권을 갖고 재판을 취소하는 등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최고 법원은 대법원으로 한다(101조 2항)는 부분과도 어긋난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재판소원법은 헌법을 변경한 것으로 사실상 편법적인 개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헌법과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인데도 사법3법 통과 과정은 국회 입법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 헌법에 명시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 지적되는 법왜곡죄는 본회의 통과 당일 직전에 의원총회에서 법 조항 문구가 수정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서 했다면 최소한 공청회도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된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주장한다면 왜 거기에 국민이 빠졌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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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재판관 증원도 개헌 사항 

헌법소원을 도입한 독일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헌법에서 사법권 행사를 명시한 규정부터가 다르다. 우리의 헌법과 비슷한 독일 기본법에서 사법권은 연방헌재와 연방법원이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선출 방식도 우리와 다르다. 독일은 연방하원과 연방참사원(상원 격)이 각각 8명의 헌법재판관을 선출하는데 재적(상원)·출석(하원)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토록 해 특정 정당이 좌우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했다. 한국은 국회 몫 추천 헌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고 있다.

향후 재판소원법으로 헌재에 사건이 몰릴 경우를 상정해 재판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 역시 개헌 사항이다. 헌법 111조 5항에는 ‘헌재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한다.

“법에 따른 권한과 위상 같이 가도록 개헌해야”

결국 진정한 사법개혁을 하려면 국민투표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개헌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로스쿨 교수는 “법에 따른 권한과 위상이 같이 가도록 헌법부터 개정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와 대법원은 헌법에는 대등한 사법기관이라고 설명돼있지만 법원이 현실적인 역사나 조직, 모든 면에서 위상이 앞섰는데 재판소원 도입으로 하는 업무는 헌재가 훨씬 앞서는 게 됐다”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판소원은 헌법에 있어서 3심제라는 기본을 바꾸는 거라, 개헌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헌과 같이 논의하는 게 정합성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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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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