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무기간 2배 긴 공보의, 의정갈등에 "현역 갈래"…의과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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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경남 합천군 보건소를 찾은 주민이 공중보건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이 보건소는 다음 달 복무 만료하는 공중보건의사 2명이 장기 휴가에 들어가면서, 보건지소를 담당하던 공중보건의사 3명이 번갈아가며 보건소 일반 진료를 담당 중이다. 안대훈 기자
오는 4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대거 전역을 앞두고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의과’ 공보의(일반의·전문의) 부족이다. 보건소·보건지소에서 일반 진료와 만성·일반 질환 관리를 도맡고, 병원급인 보건의료원·응급의료기관에서 내과·외과·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를 맡고 있어서다. 한 지자체 보건행정팀장은 “의과가 ‘빵꾸(펑크)’ 나면 답이 없다. 치과 질환은 아파도 참을 수 있지만, 의과가 맡는 만성 질환은 어떤 합병증으로 이어질지 몰라 1차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의과 빵꾸 나면 답 없어”…절반 빠지는데 충원은 20%
하지만 올해 전체 의과 공보의의 약 절반이 복무를 마친다. 충원될 신규 의과 공보의는 20%도 안 된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보건지소·병원선·국공립병원·응급의료기관 등에 배치된 의과 공보의 945명 중 450명(48%)이 전역한다. 올해 충원될 신규 의과 공보의는 90여명이다.
김영옥 기자
신규 의과 공보의 수는 매년 감소세다. 특히 2024년 ‘의정 갈등’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휴학생이 늘면서 졸업이 늦춰졌고, 의사 면허 취득자도 줄었다. 이주영(개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의과 공보의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511명, 449명에서 2024년과 2025년 249명, 247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치과·한의과를 포함한 전체 신규 공보의도 2022년 1048명에서 지난해 738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500여명 수준이다.
의정갈등에 현역보다 긴 복무기간…“현역 택하는 분위기”
최근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공보의는 복무 기간이 현역병(18개월)보다 2배 긴 36개월이다. 박재일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최근 공보의 대신 현역 복무를 마친 이들이 복학했고, 의대생들 사이에서 ‘훨씬 빨리 군대를 해결한 사람’으로 이들을 인식하면서 현역을 택하는 분위기가 퍼졌다”고 했다.
김주원 기자
국방부가 병역대상자 중 군의관 등을 먼저 선발하면서 공보의가 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방부에 군의관·공보의 편입 인원을 고르게 분산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공보의 복무 기간 단축 방안도 협의했지만, 아직 반영된 것은 없다”고 했다.
공보의가 줄어들수록 보건지소의 근무여건이 더 악화돼, 지원자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 합천군보건소에서 2년 차 공보의로 근무 중인 박윤수(27)씨는 “근무 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란 부담감에 후배들은 지원을 더 기피하고, 공보의 숫자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난 4일 경남 합천군 보건소를 찾은 주민이 혈압을 재고 있다. 이 보건소는 다음 달 복무 만료하는 공중보건의사 2명이 장기 휴가에 들어가면서, 보건지소를 담당하던 공중보건의사 3명이 번갈아가며 진료를 담당 중이다. 안대훈 기자
지자체 ‘의사 구하기’ 나섰지만…
전국 지자체는 ‘의과 공보의 공백’을 메우려 의사 채용에 혈안이다. 하지만 의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경남 고성군은 지난 1월부터 일당 40만원에 일할 보건소 기간제 의사 채용 공고를 3번이나 냈다. 9명뿐인 의과 공보의가 모두 전역하면 고성에는 치과·한의과 공보의 5명만 남게 된다. 하지만 아직 지원 문의조차 없다고 한다.
충남 금산군도 지난 1월 보건소·보건지소에서 일할 기간제 의사를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 이에 금산군은 근무시간을 조정(1일 8시간→7시간)하고, 보수도 월 1400만원으로 상향했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하는 경우 아파트 관사도 지원할 방침이다.
2차 병원격인 보건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전북 무주군 보건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외과 담당 공보의 2명이 4월 전역하게 되자 일반 의사 채용에 나섰다. 소아청소년과는 시니어 의사를 채용했지만, 외과는 지난달 월급 2500만원의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도 의사 한 명이 부족해 공보의 충원이 안 되면 채용 공고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충남 청양군보건의료원 의료진이 공보의 부족으로 보건지소 운영이 중단된 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의료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병원 가면 월 2000만원 받으니 채용 쉽지 않아”
웃돈을 주고 모셔오는 경우도 있다. 합천에선 최근 3차례 공고 끝에 내과 전문의를 보건소 관리의사로 채용하는 데 성공했다. 일당 110만원에 계약했다. 20일 근무 기준, 월 2200만원(세전) 수준이다. 전국 시·군 평균인 40만~60만원(월 800만~1200만원)의 2배다. 합천군 관계자는 “도심 일반 병원에 가면 세후 월 2000만원도 받으니 농·산·어촌 지역에서 의사 채용은 쉽지 않다”며 “이번에도 천신만고 끝에 채용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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