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가제창 거부…이란 여자축구팀 5명, 호주로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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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시안컵에 참가한 이란의 모나 하무디. 호주로 망명했다. [EPA=연합뉴스]

자국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이란 여자축구 대표선수 5명이 정치적 망명을 선택했다. 호주 정부가 임시 발급한 인도주의 비자 덕분에 귀국 후 처벌 받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10일 호주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은 이날 브리즈번의 한 안전가옥에서 해당 이란 선수들을 만나 망명 신청 승인을 통보했다. 이후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해당 선수들이 이란 국영 언론 등으로부터 강력한 비난과 함께 신변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해당 선수는 파테메 파산디데, 자흐라 간바리, 자흐라 사르발리, 아테페 라마잔자데, 모나 하무디 등으로, 호주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국 이란 소속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열린 한국과 이란의 여자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 사흘째인 이날, 경기 직전 국가 연주 때 이란 선수 일부가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침묵했다. 이후 이란 국영TV 진행자가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행위는 애국심 결여의 극치”라며 “이 선수들을 ‘전시 반역자’로 취급해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란은 형법상 반역자를 장기 징역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신변을 염려한 이란 선수들은 지난 5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는 한 목소리로 국가를 제창했다. 하지만 자국 내에선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졌다. 지난 7일부터는 선수들의 개별 이동과 외부 접촉이 차단됐고, 정부 관계자들의 감시가 시작됐다.

지난 8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친 뒤 일부 선수들이 숙소인 골드코스트의 호텔 창문을 통해 건물 밖 시위대에 ‘SOS’를 의미하는 수신호를 보내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결국 호주 경찰이 비밀 작전을 통해 해당 선수 5명을 탈출시킨 뒤 망명 사실을 공개했다. 버크 장관은 “호주 정부가 침묵한 건 선수들이 안전하게 의사를 표명하도록 돕기 위한 섬세한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앤서니 올버니즈 호주 총리가 이란 선수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그들이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이란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건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 정부 발표 직후 “문제가 해결되고 있어 만족스럽다”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올버니즈 총리는 선수들의 망명을 승인한 뒤 관련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로 알렸다.

임시 인도주의 비자는 1년간 유효하다. 이후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호주 정부는 “이란 선수단 중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도 망명 신청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란 선수단은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일정을 3전 전패로 마무리했지만, 항공편 사정으로 당분간 귀국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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