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농협 비리 대수술…농민 대통령, 204만 조합원이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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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를 개편한다. 1000명 남짓의 조합장이 대표로 투표하는 현행 방식 대신 200만 명 넘는 농민(조합원)이 직접 뽑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금품선거와 간부의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불거진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농협개혁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부터 실시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와 농업계 및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협개혁 추진단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가장 큰 변화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의 개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농정 전반에 막강한 권한이 있는 자리다. 투표권이 소수의 조합장(1110명)에게 집중된 탓에 금품선거 등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당정은 전체 조합원(204만 명) 직선제나 선거인단제 중 하나로 개편하기로 했다. 선거운동 방식도 TV 토론회 등으로 확대한다.
전체 조합원 직선제는 농민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대도시 한 곳 규모에 맞먹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선거인단제는 선거인단 구성과 투표권 배분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개혁 추진단에서 두 방안을 두고 좀 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결론을 내고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는 “회장 선거제 개편도 중요하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농협경제지주 지배구조 등 세부 거버넌스 체계를 손보는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당정은 금품선거를 막기 위해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을 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한다. 과태료도 제공가액의 10~50배에서 30~80배로 높인다.
별도 특수법인 형태의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새로 만들어, 중앙회·조합·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중앙회 내부에 감사위가 있지만, 내부 임직원 출신으로 구성돼 ‘셀프 감사’에 그쳐왔다. 중앙회 임직원이 횡령·금품수수 등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도 법에 마련한다.
중앙회장의 권한은 축소한다. 지주·자회사에 대한 경영개입 금지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타 업무·직위에 대한 겸직도 금지한다. 중앙회장이 재량권을 쥐고 ‘통치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많았던 회원조합지원자금(무이자자금)도 손질한다. 자금계획을 수립할 때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편성토록 의무화하고, 농식품부에도 사전 보고하도록 한다.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퇴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재차 사과했다. 농협 내 농협개혁위원회는 이날 금품선거 근절을 위한 선거비용 보전 제도 등이 담긴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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