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왕사남’ 기획안 들고 CJ 퇴사, 첫 영화로 천만신화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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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공동 제작자인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첫 작품이 천만 영화가 됐다. [사진 쇼박스]

10여년 간 몸 담은 메이저 영화사를 떠나 독립한 초보 제작자가 첫 영화로 천만 관객 신화를 달성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지난달 4일 개봉, 이하 ‘왕사남’)의 공동 제작자인 임은정(40) 온다웍스 대표 얘기다. 3년 전 창립해 1인 회사나 다름없던 온다웍스는 SLL 산하 비에이엔터테인먼트(장원석 대표)와 손 잡고 ‘왕사남’을 제작했다. 강원도 영월로 유배 간 단종(박지훈)의 마지막 4개월을 그린 영화는 거침 없는 흥행세로 지난 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1200만(11일 현재)도 넘어섰다.

임 대표는 12년 간 CJ ENM 영화사업부 투자팀, 기획제작팀 프로듀서로 일하며, ‘국제시장’ ‘베테랑’ ‘엑시트’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2023년 퇴사 후 온다웍스를 설립해 첫 영화로 ‘왕사남’을 내놓았다. 1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흥행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눈빛만으로 단종의 슬픔을 표현해낸 배우 박지훈에 대한 ‘확신’을 언급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약한 영웅’에서의 슬픈 눈빛 연기 덕분에 ‘왕사남’에 캐스팅됐다.

임 대표는 “저와 장항준 감독 모두 박지훈을 처음 보자마자 ‘단종이다’라고 느꼈다”며 “박지훈의 단종이 임팩트가 클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가 ‘왕사남’의 연출자로 장 감독을 낙점한 건, 그의 작품에 묻어 나는 온기 때문이었다. 그는 “퇴사 직후 장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를 봤는데, 낙오자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왕사남’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객을 유배지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밖으로도 확장되는 얘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장 감독의 얘기에 그는 최적의 연출자임을 확신했고, 그 때부터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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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사진 쇼박스]

그가 한국 영화 침체기에 예산이 많이 드는 사극 영화 제작을 밀어붙인 건, 작품을 함께 준비한 동료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왕사남’ 프로젝트가 코로나19 때문에 전면 보류된 채 교착 상태에 빠지자, 임 대표는 프로젝트를 들고 퇴사해 작품 제작의 첫 삽을 떴다.

“저만 믿고 따라온 작가 등 창작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5년 내에 영화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죠. 유해진 배우, 장 감독, 장원석 대표 등 베테랑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습니다.”

그는 결말 부분의 활 시위 장면에서 유해진 배우가 감독의 컷 사인에도 멈추지 않고 처절한 감정 연기를 이어가는 걸 카메라 뒤에서 지켜보며 흥행을 직감했다고 했다.

이어 영화의 메시지가 세월호 사태,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상흔과도 접점이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잊지 말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단종의 비극을 통해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단종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에 사람들이 몰리는 등 애도 행위가 실제로 벌어지는 걸 보면서 영화인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왕사남’이 흥행할 거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천만 영화 등극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스토리의 힘 외에 극장에서 함께 보는 ‘재미’와 ‘감동’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무대 인사 때 90대 노인 관객을 보고 유해진 배우가 감격한 적이 있어요. 모든 세대가 함께 몰입하고 감동할 수 있는 영화가 오랜 만에 나왔잖아요. 사람들이 극장을 많이 그리워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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