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가 살아있단 걸 보여주마" 91세 전기톱 여인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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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권근영의 Art Talk

1935년 원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해방은 만주에서 맞았습니다. 1948년 38선을 내려올 때 온몸에 뿌려진 소독약 DDT도, 6ㆍ25 때 피난 내려가며 봤던 핏빛 한강물도 잊지 못합니다. 이후 파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다시 서울로, 조각가 김윤신(91)의 여정은 구순을 넘긴 지금까지 계속됩니다.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17일부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여는 김윤신 스토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984)입니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미리 만났습니다. ‘권근영의 Art Talk’는 미술경영학 박사 권근영 기자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 예술가의 작업실로 매월 독자 여러분을 안내하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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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경기도 파주 작업실에서 만난 조각가 김윤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다. 파주=우상조 기자

지난달 19일 경기도 파주 문발리, 위잉 하고 전기톱이 돌았다. 허리통만 한 나무에 톱질하는 백발 할머니, 김윤신(91)이다. 촬영을 위해 톱을 들고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톱밥이 나오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기어이 전기톱에 기름을 채웠다. 스무 살에 홍익대 조소과에 들어가서 70여년, 그렇게 허투루 하는 것 없이 살아왔다. “재미있어서, 혼자 흙을 싹 쓸어 대작할 수 있는 방학을 기다렸다. 수위 아저씨께 막걸리 한 통 사다 드리면 겨울에도 조개탄을 많이 때주셨다”는 그다. 수장고에서 촬영할 때도, 조각품 사이로 가만히 카메라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요 조각들 사이로 내가 보이면 재미있겠네”, 또 재미 얘기다. 아직도 그렇게 재미있는 게 많을까.

아주 재미있어요. 작업할 때는 모든 게 하나로 집중돼요. 그래서 다른 걸 다 잊어요. 작업은 나를 맑게 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집중해 내 일만 할 수 있는. 내가 해야 하는 일, 내 것이란 게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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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호암미술관에서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회고전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연다. 사진 전명은

사실, 재미있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통에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고, 스스로 쌓아 올린 이름을 버리고 아르헨티나에서 묵묵히 작업하다가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처음 초대되는 등 늦은 전성기를 맞이한 김윤신이다.

어릴 적엔 살아남아야 한다는생각뿐이었어요.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을 정도였죠.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육신도 죽으면 그만, 흙으로 변할 텐데. 나를 세상에 내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내 예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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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런웨이처럼 구성한 호암미술관 2층 마지막 전시실. 거친 톱자국의 목조각부터 코로나19 시기 폐목을 주워 채색한 작품까지 이어진다. 사진 전명은

그의 ‘재미’ 에너지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이맘때 리움미술관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마친 뒤의 일이다. 2시간을 넘긴 대담을 다 듣고 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김윤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말씀 너무 좋으셨어요. 여전히 작업하시는 것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도 다시 일하려 합니다.

홍 전 관장은 그 다음 달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겸재 정선 전시 오프닝 때 명예관장으로 손님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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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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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마련한 ‘예술가와의 오후’

‘권근영의 Art Talk’에서는 예술가와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합니다.
'Art Talk: Masters'의 첫 오프라인 행사가 4월 10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 오디토리움에서 열립니다.
권근영 기자의 진행으로 김윤신의 육성을 전합니다.
(신청링크: https://www.joongang.co.kr/membership/exclusive/theart/2026arttalk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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