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료비부터 영양식까지 지원…"몇천원도 버거워" 결핵 취약층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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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에 있는 음압격리병실. 감염력이 큰 결핵 환자가 입원하게 된다. 사진 질병관리청
고시원에 혼자 사는 기초수급자인 A(69)씨는 지난해 어지럼증이 있어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X선 검사를 받았더니 폐결핵 진단이 나와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는 무료였지만, 식대 명목의 3만1630원을 내기 어려웠다. 폐지 줍기로 생계를 꾸려가던 그는 돈을 계속 내야 하면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의료원은 '결핵안심벨트 지원사업'에 따른 전액 지원을 결정했다. A씨는 퇴원 후 외래 치료를 이어가게 됐다.
결핵균에 따른 호흡기 감염병인 결핵 환자가 1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1년 5만491명에서 2024년 1만7944명으로 64.5% 줄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한국의 결핵 발생률(2위)·사망률(3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이다.
그 배경엔 A씨 같은 취약계층 중심의 지역사회 내 전파가 있다. 실제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결핵 환자 비율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4.3배에 달한다. 이들 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하고 추가 감염을 막는 게 결핵 퇴치의 관건인 셈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그간 결핵전담간호사·잠복결핵 치료 등의 정책이 잘 진행됐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향후 결핵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11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결핵안심벨트 지원사업 치료비지원위원회가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의료진 등이 참석해 환자 치료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이다. 사진 질병관리청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은 결핵안심벨트 지원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공립 의료기관의 저소득·노숙인 환자 등에 치료비부터 간병인, 영양간식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큰 병원 전원이 필요한 환자도 지원한다. 2014년 4곳으로 시작한 참여기관은 올해 군산·김천·포항의료원이 합류하면서 20곳까지 늘었다.
이 사업은 민간 병원에서 입원을 꺼리는 취약층 결핵 환자들의 '치료 마지노선' 역할을 한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원 대상 환자들을 보면 1만원 정도인 진단서 비용은 물론이고, 몇 천 원 내기도 어려워하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현장 반응도 좋다. 꾸준한 관리가 어려운 저소득층, 노숙인 등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가 뚜렷해서다. 서해숙 서울시 서북병원 진료부장은 "노숙인·기초수급자·탈북민 등의 결핵 환자는 안정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데, 정부 지원 덕분에 치유·자활로 연계할 수 있다"면서 "최근 10년간 퇴원 후 결핵관리시설로 보낸 환자의 치료 성공률은 95%다. 바로 지역사회로 돌아간 환자 성공률이 70%에 그치고 재입원·사망이 많은 것과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제15회 결핵 예방의 날인 지난해 3월 24일 결핵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뉴스1
다만 정부 예산이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공공의료원 참여가 늘고 도와야 할 환자는 여전히 많지만, 되레 기관당 지원액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조준성 교수는 "결핵안심벨트 예산이 모자라 다음 해 예산을 미리 끌어쓰기도 했다"면서 "안정적 지원이 있어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해 206명이 치료비 지원을 받았지만, 아직 사업 대상자 중 9% 수준이다. 환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참여기관 수를 늘리고, 예산도 더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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