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성수동 '눕 투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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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수동에 ‘눕 투어’ 왔어요.
패션과 맛집 팝업으로 즐비한 성수동에 별안간 침대가 등장했다. 방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뉘여 이불을 덮어보고, 누운 채 인증샷 찍기에 바빴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이십구센티미터)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개최한 침구 카테고리 팝업 전시 ‘29 눕 하우스’의 풍경이다.
13개 브랜드의 침구를 체험할 수 있는 '눕 존'. 사진 이소진 기자
슬립맥싱 시대, 꿀잠 경쟁 속 달라진 침구 소비
최근 침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이 흐름을 이끄는 건 2030이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는 ‘슬립맥싱(Sleep Maxxing)’ 트렌드가 확산되면서다. 수면을 단지 휴식이 아닌 자기 관리 영역으로 인식하면서 ‘꿀잠’을 위한 아이템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29CM의 리빙 카테고리 ‘이구홈’에서 베개와 이불 등 침구 거래액은 전년 대비 48% 이상 증가했다. 침구를 포함한 홈패브릭은 전체 거래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침실이 단지 잠을 자는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 라튤립
예전에는 카페인을 줄이거나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했다면, 최근에는 침실을 중심으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립하려는 분위기다. 기분 좋은 향기나 편안한 조도의 조명,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침구로 세팅된 방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파자마·안대·러그·실내 슬리퍼 등 꿀잠을 돕는 서브 아이템들도 인기다. 요즘 침구 브랜드는 침구만 제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불과 어울리는 잠옷이나 샤워가운은 물론, 침대 곁에 놓는 티슈 케이스까지 선보이는 추세다. 수면이 단지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유나 매니저는 “침구는 집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제품인 만큼 집안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면서 “침구도 패션처럼 취향과 생활을 반영한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최근 2030 세대의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만져보고 누워보고…촉감으로 취향 찾기
좋은 침구의 기준은 무엇일까. 소재·가격·디자인 등 다양한 조건이 있지만 매일 피부에 닿는 제품인 만큼 촉감이 중요하다. 전시를 기획한 29CM는 온라인 위주로 거래되던 13개 브랜드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자신만의 취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침구 촉감을 ▶바스락바스락 ▶보들보들 ▶푹신푹신 ▶하늘하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모든 제품에 해당 촉감 유형을 표시한 태그가 붙었다. 팝업을 찾은 30대 회사원 정유진 씨는 “화면으로 비슷해 보이던 이불도 촉감을 기준 삼아 보니 선택이 쉬워졌다”며 스마트폰 속 ‘찜’ 리스트를 보여줬다. 각 제품 태그에 인쇄된 QR코드에 접속하면 앱의 관심 상품 목록에 자동 등록된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행사장의 가장 위층은 커다란 침실로 꾸몄다. 13개 브랜드의 침구를 직접 누워서 체험하는 공간이다. 부스에서 이불을 만져보며 촉감을 익혔다면 이곳에서는 침구의 밀도나 무게감까지 체크해 볼 수 있다.
다양한 패브릭을 원하는대로 조합할 수 있는 침구 브랜드 '핀카'(왼) 관람객들이 이불의 촉감과 무게를 만져보고 있다. 사진 이소진 기자
인스타 속 그 이불…품질·디자인 경쟁력 높아진 K브랜드
사람마다 선호하는 촉감이 다른 것처럼 디자인 취향도 천차만별이었다. 현장에는 13개 브랜드가 각각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로 관람객을 맞았다. 두 곳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브랜드다. 꽃·자연 모티브로 색감이 돋보이는 침구를 소개하는 ‘프람’, 프렌치 무드를 앞세운 ‘비비홈’, 빈티지 및 미드 센추리 풍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호텔파리칠’,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이 장점인 ‘웜그레이테일’, 미니멀한 색감과 기능으로 수면의 본질에 집중하는 ‘식스티세컨즈’ 등이다.
참가 브랜드 제품을 살펴보니 슈퍼싱글 기준으로 가격대는 10만~20만원 선이다. 대부분 국내생산 제품에 60수 이상 고밀도 소재를 사용하고, 알레르기 케어 인증을 받았다.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국내 제조 시스템을 통해 완성도 높은 품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 침구 브랜드의 특징은 다양한 취향을 수렴한다는 것. 팝컬러부터 빈티지, 미니멀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왼쪽은 지노키오, 오른쪽은 고유. 사진 이소진 기자
브랜드마다 디자인이나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지난해 론칭한 신생 브랜드 ‘고유’는 동양의 미니멀리즘을 내세우며 침구에서 흔치 않은 먹색과 미색의 조합을 선보였다. 구름 같은 외형이 특징인 플러피 침구세트는 한 배우가 사용하는 장면이 방송에 노출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14년차 침구 브랜드를 운영하는 콤마씨 김민정 대표는 “사진이 잘 나오는 침구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고 디자인은 미니멀하되 소재나 기능성을 우선 살펴보는 소비자도 있다”며 “최근에는 침구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취향도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제 침구 브랜드는 침실을 넘어 거실과 주방까지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거래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핀카’는 자사 디자인을 기반으로 커틀러리와 접시는 물론 수영복까지 선보이며 카테고리를 넓혔다. 고품질 침구로 시장에 안착한 콤마씨는 최근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반대로 ‘호텔파리칠’처럼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가 침구 시장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흡수된 침구 시장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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