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자발찌 찬 가정폭력ㆍ스토킹범도 못 막았다…“완벽 분리 해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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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한 남성이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이미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거듭된 피해 신고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않아 끝내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더 잔인한 관계성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끊이지 않는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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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양주 북부경찰서. 중앙포토

15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 오남읍 한 길거리에서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는 이미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서면경고·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B씨를 폭행해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

이에 따라 A씨는 B씨 인근 100m 이내 접근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연락이 금지됐다. 경찰은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스마트워치’도 피해 여성에게 지급했다. B씨는 지난 1월 28일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걸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 성범죄 전력이 있는 A씨는 평소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그러나 잠정조치와 임시조치, 스마트워치와 전자발찌 등 여러 대비책도 끝내 A씨의 범행은 막지 못했다. A씨는 모든 조치를 무시한채 B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B씨가 피해를 당하기 직전 스마트워치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또 전자발찌는 B씨와 관련 없는 다른 성범죄 때문에 부착한 것이라 A씨가 B씨에게 접근하더라도 경찰에 별다른 경보가 전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가 경기 양평군에서 검거됐다.

사건 이후 접근금지 명령이나 스마트워치 등의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성범죄를 저질러 복역했던 남성이 이후 가정폭력과 스토킹을 일삼았는데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간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잠정조치 위반이나 전자발찌 훼손 등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고 가정폭력과 스토킹 혐의까지 있었다면 구속 수사로 전환하는 등 유사한 다른 사건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신고 이력과 경찰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재발 우려가 있는 관내 모든 관계성 범죄에 대해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범행 후 약물을 복용해 치료를 받고 있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이날 오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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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뉴스1

가정폭력·스토킹에 "강력한 분리조치 필요"  

교제나 동거 등 친밀한 관계에 있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사건은 지난해에만 경기 화성과 인천, 대구와 의정부 등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가해자 중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혐의 등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따라 관련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유사 사건으로 여성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부는 논의만 할 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관련법을 개정해 피의자 구속 등 사건 초기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는 ▶서면 경고(1호)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 2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 등이다. 경찰이 신청하면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인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공개한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자료를 보면, 행위자를 구금하는 4호의 신청 대비 집행률은 3.9%(지난해 6월 기준)에 그쳤다. 접근금지 조치(2·3호)를 위반 사례는 2021년 58건에서 2024년 878건으로 급증했다.

교제폭력에 대한 책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저자인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사례에서 보듯 접근금지 처분은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관계성 범죄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완벽한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도 경찰이 초동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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