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쥔 '케데헌'…K컬처 세계적 위상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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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아미(왼쪽)와 오드리 누나가 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이 주제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K팝 소재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황금빛 정점을 찍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K팝 응원봉을 흔들며 주제가 ‘골든’의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K팝이 세계 주류 문화의 심장부에 우뚝 선 역사적 순간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 2026)에서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앞서 골든글로브 2관왕, K팝 최초 그래미상 수상 등에 이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K컬처의 세계적인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AP통신도 “이번 수상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매기 강 감독은 “저와 닮은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들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 세대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 상은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한인들에게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무대에 선 공동연출자 크리스 애펄헌즈 감독과 영화 제작자 미셸 웡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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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 크리스 애펄핸스(왼쪽), 감독 매기 강, 제작자 미셸 웡이 15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제가상을 받은 ‘골든’의 공동 작가ㆍ작곡가 이재는 수상 소감에서 “이 곡은 성공이 아닌 회복에 관한 노래”라며 “저는 자라면서 K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지만 지금은 모두가 한국어 가사로 된 우리 노래를 부른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골든’을 공동 작사ㆍ작곡한 아티스트는 이재와 테디, 24(서정훈), ‘아이디오’(IDO, 이유한ㆍ곽중규ㆍ남희동), 미국 작사가 겸 작곡가 마크 소넨블릭 등 총 7명이다. 한국계, 한국 뮤지션들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케데헌’은 퇴마사 K팝 아이돌 ‘헌트릭스’가 악령을 퇴치하고 노래로 세상을 지키는 이야기다. 제작과 유통은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이 했지만,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뼈대로 한 스토리에 미국 내 한인, K팝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해 사실상 K콘텐트로 여겨진다. 작품에는 헌트릭스 멤버들이 컵라면과 김밥, 국밥을 즐기고, 무속 신앙 요소인 저승사자, 도깨비, 당산나무도 등장한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2002년 시상을 시작한 이래 디즈니와 픽사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지난해까지 23회 시상식 가운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만 15회 수상했다. 영어권이 아닌 문화권의 정서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수상한 경우는 더 드물었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2건(‘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멕시코인 기예르모 델트로 감독이 만든 ‘기예르모 델트로의 피노키오’, 라트비아·벨기에·프랑스 합작 ‘플로우’ 정도에 불과하다.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케데헌’은 아카데미가 원하는 문화적 다양성에 압도적인 대중성까지 잡은 작품”이라며 “의미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응원봉 든 할리우드 스타들…수상소감 중단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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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을 열창하는 레이 아미(왼쪽), 이재, 오드리 누나 뒤로 화려한 금색 깃발 군무가 펼쳐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시상식 축하무대에서도 ‘케데헌’의 존재감은 빛났다. 통상 오스카 시상식에선 주제가상 후보 5곡 모두 축하 공연을 해왔지만, 올해 주최측은 시간 상의 문제로 두 곡만 무대를 허용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주제가 ‘아이 라이드 투 유’ 무대는 시상식 1부에, ‘골든’의 무대는 작품상과 여우ㆍ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시상을 앞둔 3부에 펼쳐졌다.

‘케데헌’ OST ‘헌터스 만트라’가 구성진 판소리 가락으로 흘러 나오며 시작된 축하공연은 사물놀이 악사, 저승사자, 장삼을 걸친 무용수 등의 굿과 탈춤으로 이어졌다. 이후 ‘케데헌’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의 목소리를 연기한 이재와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금색 장식이 달린 흰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해 ‘골든’을 열창했다. 뒤에선 24명의 무용수가 금색 깃발 군무를 펼치며 장관을 이뤘다. 객석에 앉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주최측이 미리 나눠준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 무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안무가 맨디 무어는 AP통신에 “단순히 노래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기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무대 위의 금색 깃발과 관객석의 응원봉도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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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아미(왼쪽), 이재, 오드리 누나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시상식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용준 영화평론가는“‘케데헌’의 수상은 예측된 일이지만, ‘골든’ 무대는 놀랍다”며“아카데미 무대에서 한복 입은 무용수 무대와 판소리가 흘러나온다는 건, ‘K컬처’라는 지역 문화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재는 시상식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연 도입부에 한국 전통 음악이 나왔는데, 그 점이 특히 자랑스럽다”며 “우리의 뿌리와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란도 있었다. 이날 주제가상 수상 소감을 마친 이재가 공동 작곡가 중 한 명인 이유한에게 마이크를 넘긴 직후, 퇴장 배경 음악이 나오며 화면이 전환된 것이다. 이유한이 준비한 종이를 꺼내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라고 운을 떼자마자 음악이 흘러나왔고, 이재와 마크 소넨블릭이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인종차별 및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CNN도 ‘오스카, 이렇게 K팝을 무시하면 안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팝 팬들을 분노하게 할만한 장면”이라며 “시간이 더 주어졌더라면 훨씬 더 큰 감동을 선사했을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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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아미(왼쪽), 이재, 오드리 누나가 15일(현지시간) LA돌비극장에서 열린 9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골든'을 열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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