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사경 수사, 장관·시장이 지휘?…검찰 힘 더 뺀 與 3차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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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검찰개혁 재수정안을 공개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청 검사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수사지휘권과 중수청의 수사 개시 통보 조항 등을 삭제한 ‘검찰개혁 재수정안(공수청법·중수청법)’을 17일 공개했다. 이번 재수정안은 지난 1월 법무부가 공개한 초안과 지난달 24일 재입법 예고한 수정안에 이어 사실상 민주당이 구체적 조항을 손질한 세 번째 법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수정안을 “국민들이 많이 우려하고 걱정했던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수정하고 고친 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혹시 모를 공소청 검사의 수사 지휘 및 개입 여지와 관련된 여러 조항을 삭제했다”며 “검사의 특권적 지위와 신분 보장도 내려놓게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 재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수사지휘권' 폐지…통제 벗어난 2만명 특사경
우선 이번 검찰개혁 재수정안에는 각 분야 범죄의 1차 수사를 맡아 온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권한이 삭제됐다. 각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2만명가량의 특사경이 사법 통제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특사경은 제한된 수사권을 행사하지만 각 부처 관련 업무 분야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각종 범죄를 단속한다는 점에서 적법 수사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검찰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특사경은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를 하게 되고, 중수청 수사 역시 통제 없이 깜깜이로 흐를 소지가 있다. 연합뉴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면서도 특사경의 경우 여전히 검사의 수사지휘 하에 둔 것은 수사 관련 전문성의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1956년 금융·노동·고용·세무·환경 등 특수 범죄 단속·수사를 위해 해당 분야 공무원을 특사경으로 운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상당수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 특사경은 조사와 수사를 위한 전문직이 아닌 순환직인 탓에 수사 역량이나 노하우가 누적되지 않는 것은 물론 형사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사 개시부터 검찰 송치에 이르기까지 검사가 특사경을 지휘함으로써 범죄사실과 혐의를 구체화는 방식으로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
부처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 지휘?
특사경 지휘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부장검사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권한이라기보단 구조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특사경 업무를 지원하고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를 안내하기 위한 지원 목적”이라며 “대부분의 특사경은 형사 사법 절차를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는 탓에 기본적인 수사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검사 지휘 없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가 아닌 각 부처와 지자체 내부에서 특사경을 통제하는 제도를 신설할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 부처의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 수사를 지휘한다면 이는 비법률가가 형사 절차에 관여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명하복식 문화가 강한 공무원 위계질서의 특성상 특사경은 상관의 부당한 수사 지시나 관여에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
검찰개혁안은 실무를 맡는 검찰개혁추진단과 민주당이 협의해 마련됐지만, 결과적으로 당정 간 이견이 있었던 조항들 대부분 민주당의 뜻대로 조항이 삭제되거나 변경됐다. 임현동 기자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에 대한 지휘 체계 자체가 무너지면 결국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제상 상급자가 특사경 수사를 지휘하게 되고, 이는 결국 부처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을 지휘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법률가인 변호사를 특채로 뽑아 특사경 지휘 업무를 맡길 경우 이들이 다시 변호사 업계로 돌아가 사건 개입 목적의 전관예우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개시 통보 조항도 삭제…'깜깜이 수사' 우려
민주당은 공소청 검사의 힘을 빼는 또 다른 수정 사항으로 중수청의 수사 개시 통보 조항도 삭제했다. 기존 정부안엔 중수청 소속 수사관에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경우 이를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했는데, 민주당은 해당 조항이 검사가 중수청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안엔 공소청 검사는 중수청에서 송치한 사건과 관련 또 다른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발견할 경우 중수청에 입건을 요청할 수 있는 ‘입건 요구권’이 담겼는데, 민주당은 이 조항 역시 삭제했다.
민주당은 공소청 검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이같은 수정안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와 기소 분리”(정청래 대표)라고 설명했지만 수사 실무의 관점에선 중수청 수사가 통제받지 않는 ‘깜깜이 수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수청에서 다루는 사건의 경우 공소청에 송치하기 전까지 누구의 어떤 혐의를, 어떤 방식으로 수사하는지에 대한 수사 절차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 힘빼기에 매몰돼 1차 수사기관인 경찰과 공소청에 대한 사법 통제의 끈을 풀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중수청에 대한 검찰의 통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사건을 아예 입건하지 않거나, 일부만 입건하고 나머지를 누락하거나, 입건 후 뭉개는 경우를 통제할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며 “결국 1차 수사기관이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갖게 되고, 중수청이 악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우뿐 아니라 단순한 수사 과정의 실수나 누락도 교정이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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