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곧 만나는 日, "호르무즈 해협 자위대 파견 검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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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아치 사나에 총리가 16일 국회에서 예산 관련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AFP=연합뉴스

미·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일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함대를 파견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를 놓고서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자위대 파견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함대 파견을 요구한 국가는 일본 외에도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이 있으며 각국 모두 명시적인 확답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일본은 19일 예정된 정상회담에 앞서 방침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문제는 헌법에 교전권 포기·전력 불보유를 명시하고 있는 일본으로선 파병의 문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회 동의를 거치면 가능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의 여파로 파병하기 어렵도록 법적 조건을 촘촘히 깔아놓아 이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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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함대 파견 요구와 관련해 일본 니혼TV가 다룬 4가지 카드. 사진 니혼TV 뉴스 캡쳐

현재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4가지다.
①존립위기사태: 2015년 만들어진 안보법제에 따르면 '존립위기사태'에 파병이 가능하다. 자위대가 미군과 공동 작전을 벌일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전투 참여도 가능하다. 미국 측에서 가장 기대하는 역할에 가깝다. 다만, '존립위기사태'는 ▶일본과 밀접한 국가가 공격받음 ▶일본의 존립이 위협 ▶국민 생명·권리 침해 위험 등 세 가지의 경우만 인정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전쟁이 위의 세 가지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②중요영향사태: 역시 안보법제를 적용하는 단계다. 전투는 불가하고 탄약 등의 제공도 안 되지만, 미군 함정에 대한 연료 보급이나 수송 등 후방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사태를 방치할 경우, 일본 안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큰 논쟁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원유 공급 문제를 '일본 안보에 영향' 항목에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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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함대 파견 요구와 관련해 후지TV 뉴스가 16일 한국 등 각국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후지TV 캡쳐

③해상경비행동: 일본 선박 보호, 해적 대응 등을 명분으로 경찰권을 적용해 군함을 파견하는 것이다. 일본 일각에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수상한 선박에 대해 경고하거나 정지 명령이 가능하지만, 전쟁이나 전투에는 거리를 둔다. 일본은 2009년 소말리아·아덴만 해적 퇴치를 위해 이를 적용한 적이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도 16일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자위대 파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관련 선박 보호를 위한 '해상경비행동'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회 승인도 필요 없다.

④조사·연구: 방위성 설치법의 '조사 연구임무'에 근거해 벌이는 해상 정보 수집 업무다. 일본은 2019년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참여를 요청받았을 때 불참했지만, 이를 근거로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2020년에 파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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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해군 조지워싱턴함에 올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로서는 해상경비행동이나 조사·연구 등을 선택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 측이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 현장에서 함대 파견과 군사 행동 참여에 대한 즉답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법적 평가도 미룬 상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국회 안보법제 심의 과정에서 "아무런 무력공격도 받지 않은 국가가 불법적인 무력행사를 한다면, 그것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이고 그런 나라는 지원할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근거하면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은 지원할 수 없는 행위에 속할 수 있다.

당시 이를 질의한 기타가와 가즈오(北側一雄) 공명당 의원도 사실상 미국의 군사작전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했던만큼, '아베의 후계자'를 내세운 다카이치 총리로서 섣불리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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