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괴물산불 그후 1년…“7평 임시주택, 가족 눕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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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에 있는 산불 이재민 임시조립주택 단지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명진리. 사철나무가 뒤덮었어야 할 산은 온통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파리 하나 없이 말라 죽은 나무들이 묘비처럼 산등성이마다 빼곡히 서 있었다. 일부 산은 불에 탄 고사목을 모두 베어내 누런 흙산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해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7일 동안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을 덮쳤던 ‘괴물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다. 시선이 닿는 산마다 검게 그을린 고사목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 귀가하지 못한 이재민도 4000명에 육박한다.

17일 행정안전부와 경북도에 따르면 산불 피해면적은 축구장 약 14만개 면적과 맞먹는 9만9417㏊로 집계됐다. 의성의 피해가 2만8853㏊로 가장 컸고 안동 2만6702㏊, 청송 2만798㏊, 영덕 1만6208㏊, 영양 6856㏊로 뒤를 이었다.

인명 피해도 컸다. 사망 27명을 비롯한 18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3358가구 5545명에 달했다. 주택 3819동, 농지 2003㏊, 농기계 1만7265대, 문화유산 31곳이 피해를 입었다. 총 피해액은 1조505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복구 비용은 1조8310억7800만원으로 추산된다.

산불 이재민 가운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귀가하지 못한 인원은 지난 2월 말 기준 3823명이다. 임시조립주택을 제공받은 4354명 중 주택 신축·매입·임차 등을 통해 퇴거한 인원은 531명으로 12%에 그친다. 다수가 고령층인 데다 주택 마련 여력이 부족해 7평(24㎡) 규모 임시주택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소 주택에 1억~1억2000만원, 반파 주택에 5000만~6200만원을 지원했지만,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동시 일직면 명진2리 임시조립주택 단지를 찾아 이재민들을 만났다. 주민 이수룡(91)씨는 “인근 산의 나무가 모두 불에 타버려서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린다”며 “하루빨리 축대 보강 공사를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한 70대 여성은 “지난 설 연휴에 자식들이 온다고 하기에 ‘집이 너무 좁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며 “정부에서 주택을 지원해준 것은 고맙지만 한 가족이 편히 눕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 불편하다”고 했다. 산림 복구도 더디다. 장마철 산사태 예방을 위한 복구 사업은 지난 1월 기준 64%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 농가를 중심으로 복구를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촌 공동체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산불 피해가 컸던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주민 김수정(45)씨는 “이미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형 산불이 직격탄이 됐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행안부는 피해 지역을 ‘사라지는 마을’에서 ‘살아나는 마을’로 전환하기 위한 재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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