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테러수장 "이란戰 반대"하며 사퇴…'전쟁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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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테러 정책을 총괄하는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17일(현지시간)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미셸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도중 이날 "양심상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퇴한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켄트 국장은 이란 전쟁에 반대하며 물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첫번째 고위직 인사다. 특히 테러 관련 정보를 다뤄온 그가 “이란의 즉각적 위협이 없었음에도 이스라엘의 압박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면서 개전 때부터 불거졌던 전쟁 명분 논란이 재차 확대될 조짐이다.
“이란의 위협 없었다”…백악관 ‘총력’ 차단
켄트 국장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소셜미디어(SNS) 글에서 “이란은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FA-18F 수퍼 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실질적 위협이 됐었는지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된 전쟁의 정당성과 관련한 핵심 쟁점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중 켄트 국장의 사퇴 관련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항상 약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란이 위협이 아니라고 말했던 사람이 물러난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장문의 성명을 내고 “켄트는 이란의 위협에 대해 충분한 브리핑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이란이 먼저 미국을 공격할 것이란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엇이 위협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최고사령관이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 위협의 구체적 근거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미 연방 의회에서 열린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과 크리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청문회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켄트 국장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에 대해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며 물러났고, 놈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았다. AP=연합뉴스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SNS에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이란의 테러리스트 정권이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결론짓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개버드 국장의 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켄트 국장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정보국장인 동시에 (정보를 공유해온) 켄트의 직속 상사인 개버드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
켄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명령 배경을 두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반미·반이스라엘 시위 현장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포스터를 짓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배후설은 개전과 함께 불거졌다.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직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으로 인해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촉발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두 전쟁의 주체가 이스라엘임을 분명히 한 말이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원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에 넘어가 전쟁을 결정했다는 의혹으로 확산됐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나흘째였던 지난 3일 “어쩌면 내가 이스라엘을 행동에 나서도록 떠민(force) 셈일 수도 있다”며 참모들이 공식석상에서 밝혀왔던 군사 작전 결정의 배경을 뒤집어버렸다.
지난해 12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건물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속된 이견 노출…군함 파견 거부에 ‘격노’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이스라엘군이 테헤란의 석유 저장소를 조준 타격하자, 유가 급등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며 강력 항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스라엘과의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 가격.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 갤런당 3달러 중반에서 판매되던 워싱턴의 휘발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함께 급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입수해 보도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뒤 이란 국민들에게 봉기를 촉구하면서도 시위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학살로 이어질 거란 평가를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전문은 지난 10~11일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급 관계자들의 회의 내용을 기초로 작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만 해도 이란 국민들을 향해 봉기를 통한 자체적 정권 교체를 촉구했지만, 해당 문건이 작성된 무렵을 전후해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면 살해될 위험이 있다”며 봉기를 자제시키며 “전쟁은 내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 역시 이란 국민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완전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이스라엘과 대규모 인명 피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미국의 시각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지난 12일 인도 뭄바이 항구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입항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쉔롱(Shenlong)’호가 정박한 모습.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도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유조선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는 호르무즈 해협 돌파 작전과 관련해서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지만 동맹국들이 일방적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평생 그가 그렇게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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