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헤어진 연인은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시트? 심리학 용어의 '무기화&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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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건 가스라이팅이 아니다 
이저벨 몰리 지음
문가람 옮김
글항아리

동명의 희곡이 바탕인 할리우드 영화 '가스등'(Gaslight, 1944)에는 숨겨둔 보석을 찾으려는 자신의 꿍꿍이를 감추려 하면서, 아내가 분명 눈으로 본 가스등의 깜빡임을 "착각"이나 "당신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집요하게 말하는 남자가 나온다. 아내는 결국 자신이 인식하는 현실과 기억을,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수십 년 뒤 등장한 '가스라이팅'은 이 영화 제목을 동사로 만든 심리학 용어. 피해자가 자기 기억과 판단을 의심하게 해서 가해자 말만 믿게 하고 현실 감각을 무너뜨리는 심리적 학대를 가리킨다.

이런 유래를 알든 모르든 가스라이팅은 이제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쓰이는 말이 됐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커플 상담 전문가인 지은이 역시 언젠가부터 내담자들이 헤어진 연인이나 파트너를 두고 각종 심리학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이처럼 심리학 용어를 빌려 다른 사람에게 딱지를 붙이고 비난하는 것을 그는 '무기화된 심리학 용어'의 문제로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오남용은 모든 비난을 상대에게 돌리고 스스로의 역할을 회피하게 할뿐더러, 학대적 관계의 실제 피해를 간과하게 하거나, 오히려 가해자가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지은이는 대부분의 경우 파트너들은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가끔 잘못된 행동을 하는 복잡한 인간"이자 "결함을 지닌 존재"라고 말한다. "불안정하거나, 까다롭거나, 통제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그 외 수많은 형용사로 묘사될 수 있지만, 이러한 특성들 자체는 병리적이지 않다"면서다.

책은 학대적 관계와 아닌 경우의 전반적 구별(제3장)부터 시작해 가스라이팅, 강박장애, 나르시시스트, 러브 보밍, 소시오패스, 양극성 장애 등 9가지를 구체적 사례와 아닌 사례를 곁들여 설명한다. 내가 이렇게 지목되었을 때와 상대에게 이런 조짐이 보일 때의 조언과 대처법도 담았다. 후자의 경우 전문가 도움 받기와 함께 거리 두기나 떠나기, 즉 이별이란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반복해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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