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이자 새 화가...야망과 성취와 그 이면[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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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켄 코프먼 지음
조주희 옮김
일레븐
이 범상치 않은 책 제목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는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제임스 오듀본을 일컫는다. 스미스소니언 재단이 2014년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0인’ 중 한 사람으로 꼽은 조류학자이자 새 화가다.
과장된 제목이긴 하지만, 적어도 오듀본이 세상의 모든 새를 다 보고 싶어 한 것, 그것도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싶어 한 것은 사실일 터다. 실제로 그는 누구보다 많은 새를 최초로 발견했고, 자기가 본 새들을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의 흰해오라기. 책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에 따르면, 1832년 오듀본이 미국 플로리다 키스를 여행했을 때 이 새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그 지역의 자연주의자가 먼저 발견해 오듀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고 한다. [사진 미국국립오듀본협회]
오듀본은 가로 74cm 세로 100cm의 더블엘리펀트폴리오 종이에 실물 크기로 새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림 435점을 모은 대표작 『북미의 새』는 학문적 성취에 예술적 완성도까지 갖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 중 하나로 평가되며, 오늘날까지도 ‘경이’로 남아있다.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초판본 한 권이 약 126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책 가격이었다고 한다.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의 저자 켄 코프먼 역시 자연주의자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조류학자이자 새 화가다. 새에 빠져 16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이듬해 1년 동안 히치하이킹으로 미국 전역을 종횡단하며 671종의 새를 관찰한 ‘최연소 빅이어(Big year)’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해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킹버드 하이웨이』다.)
존 제임스 오듀본의 큰뜸부기. [사진 미국 국립오듀본협회]
코프먼은 거의 2세기를 앞서 산 레전드 선배와 탐조를 동행하듯 오듀본의 활약을 그려내는데, 제목이 암시하듯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책의 원제(The Birds That Audubon Missed, 오듀본이 놓친 새들)처럼, 오듀본이 분명히 보았을 텐데 어떤 이유인지 빠뜨린 종들과 그가 새로운 종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알려졌던 새들의 사례들을 적시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새(날개 길이가 3m 넘는 ‘워싱턴 독수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동료가 발견한 새의 표본을 자기 것으로 속여 이름 지은 과학적 사기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여기에 오듀본 사후 그의 손녀가 할아버지의 일기를 수정하거나 폐기한 사실까지 더한다.
물론 이런 비판은 코프먼이 찾아낸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많은 학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과학적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거인의 오류를 대놓고 비판하길 꺼릴 때 코프먼은 용기 있게 나선 것이다. 코프먼은 자신의 탐조여행 얘기를 덧붙여 역사적 논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듀본의 책을 흥미롭게 봤을 게 분명한 코프먼이 영웅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맛보았을 배신감(코프먼이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지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코프먼은 오늘날의 과학적 장비 없이 눈과 귀에만 의존해야 했던 개척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200년 전의 이 땅에 다시 발을 디딘다면 나는 무엇을 알아보고 알아낼 수 있을까.” 비록 오듀본의 오류가 수년간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그가 ‘맨땅에 헤딩’하며 축적한 지식이 없었다면 현대 조류학은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수십 년 전의 숲속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존 제임스 오듀본의 민물도요. [사진 미국 국립오듀본협회]
코프먼은 오듀본이 사용했던 매체와 기법을 똑같이 사용해 그가 놓친 새를 그림으로써 그에게 오마주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오듀본의 예술적 감각에 무릎 꿇기도 한다.
이 책은 단지 오듀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00년간 북미 대륙에서 펼쳐진 조류 관찰의 흐름을 품격 있게 설명하는 역사서다. 이 책은 독자들을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탐조 여행으로 이끌며, ‘대발견의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발견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오듀본 재단이 제공하는 오듀본의 그림과 새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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