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아이 담임이 쌤튜버?" 학부모들 사이 터진 '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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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유튜버보다 실제 교실을 경험한 교사가 만든 콘텐트라 훨씬 믿음이 가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혜진(46)씨는 “아이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자연스레 선생님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을 찾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학기를 맞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현직 교사가 알려주는 초등 준비물’ ‘학부모 상담 꿀팁’ 같은 동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현직 교사가 학교생활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이른바 ‘쌤튜버(선생님+유튜버·교사 크리에이터)’가 빠르게 늘면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유용한 정보가 도움이 된다”는 반응과 함께 “정작 본업엔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교사크리에이터협회에 따르면 2021년 121명으로 출발한 회원 수는 지난 1월엔 540명으로 5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협회가 파악한 교사 유튜브 채널만 870개에 달한다. 이준권 협회장은 “온라인 수업용 콘텐트 제작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이 갈수록 늘면서 협회를 만들게 됐다”며 “더 많은 학생들에게 우수한 교육 콘텐트를 전달하기 위해 회원 간 협업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교육 등 각종 연수를 통해 정보의 퀄리티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겸직 허가를 받은 교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5651명에서 2024년 2만1545명으로 3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유튜브·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 활동 허가를 받은 교사는 1523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구독자 1000명 이상, 연간 시청 4000시간 이상일 때만 겸직 허가가 필요한 만큼 실제 개별적으로 SNS를 운영하는 현직 교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교육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쌤튜버’의 확산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 플랫폼의 일상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교사의 역할이 교실 밖으로 확장되면서 수업 자료 공유 등이 원활해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한 설문조사에선 교사 크리에이터 콘텐트에 대해 응답자의 95%가 “신뢰할 만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승호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사 인플루언서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교사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성과 진정성을 보여줄 경우 교사의 신뢰도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 시선은 엇갈린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모(40·서울 송파구)씨는 “입학식 때 유명 쌤튜버를 보고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동시에 ‘내 아이 담임은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 집중도 저하나 학생 촬영 노출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 학생 얼굴이나 목소리가 담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할 학생을 콘텐트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교사들이 협찬이나 유료 강의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교육 콘텐트가 수익 창출 수단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는 “선생님들이 겸직을 고민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경제적인 이유”라며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트를 제작한 뒤 이를 활용해 외부 강연에 나서면 추가 수입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교육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2019년 ‘교원 유튜브 활동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후 별도의 보완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SNS 활동 교원 수와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비해 관리 체계와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기존 규정과 현실의 간극도 크다. 일부 채널의 경우 학생 노출이나 부적절한 콘텐트, 정치적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후 대응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청이 평소엔 교사 크리에이터를 홍보에 널리 활용하면서도 정작 문제가 생기면 개인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 없이 ‘허용과 규제’ 사이를 오가면서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도 불안하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3년째 쌤튜버로 활동 중인 교사 김모(29)씨는 “겸직 허가가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도 문제”라며 “확실한 규정이 없다 보니 SNS 활동 자체를 숨기거나 무허가로 운영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쌤튜버를 단순히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어떻게 관리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콘텐트에 대한 교육적 가치의 주체가 전문가가 아닌 대중이 될 위험성이 있다”며 “교사 크리에이터가 미래 교육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으려면 학생 보호와 영리 활동, 본업과의 균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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