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주택자 ‘강공’ 또 나왔다…부동산정책 ‘다주택 공직자’ 업무 배제
-
8회 연결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26.03.17.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공직자 업무 배제’ 방침을 밝히며 부동산 규제 고삐를 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에 대해 1주택 외 주택 처분을 ‘권고’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업무 배제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공직자에게 흠결이 있을 경우 ‘내로남불’ 비판이 이어지고, 정책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정책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해충돌’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 향후 부동산 강공책을 펼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집값이 오르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고 적었다. 이어 “그런 제도를 만들거나 방치한 공직자가 이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비판을 넘어 제재까지 받는 게 마땅하다”며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주택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겠지요?”라고 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주택과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주택 등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현황 조사 후 관련 업무 배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지침이 각 부처에도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다주택 공직자 부동산 업무 배제 지시는 지난 20일 처음 나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의 틈새를 정책에 숨겨둘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누가 업무 배제되나…관가 술렁
업무 배제 방침에 관가는 술렁였다. 우선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는 청와대 정책실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이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전체 설계를, 재경부는 보유세 등 세제, 국토부는 주택 공급, 금융위는 대출 등 금융 정책을 각각 관장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등이 직접적인 이 대통령 지시의 대상이 된다. 이 중 이성훈 비서관이 다주택자다. 배우자와 공동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 중이고, 배우자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 아파트 일부 지분과 대치동 다가구주택 일부를 소유 중이다. 이 비서관은 다주택 해소를 위해 일부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서초구 서초동 ‘서초 래미안’(전용 111㎡)을 부인과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최근 실거래가가 34억원대로 고가 주택이지만 1주택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부인과 공동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112㎡)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는 44억5000만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재건축 아파트로 과도한 시세 차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재 실거주 중으로 투기용으로 보긴 어렵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부인 명의의 전북 전주시 아파트가 1채 있다.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이 부인과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 푸르지오’(84㎡) 1채와 부인과 각각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상가 건물을 신고해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금융위도 청와대 방침에 대상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부동산 정책 담당 고위 공직자는 모두 1주택자라고 전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96㎡)에 거주하고 있다. 호가가 40억원대다. 2013년 해외 파견 전 재건축을 앞둔 이 아파트를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로 매입해 논란이 일었지만 역시 1주택자로 실거주 중이다.
“文 때 집 팔았다 벼락거지”…내부 불만도
당장 주요 공직자 중에선 업무 배제 대상이 거의 없지만,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 있는 공직자”를 언급한 만큼 대상 범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청와대 행정관이나 부처 국·과장 등도 대상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거주 고가 주택’의 ‘고가’ 기준이나 ‘부동산 과다 보유자’의 ‘과다’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부동산 정책 관련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한 뒤 어떻게 업무에서 배제할지도 청와대와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규연 수석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부동산 중요 정책에 대해선 (다주택자 등의) 업무 배제의 원칙은 분명히 갖고 있다. 그 원칙을 허무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부처에선 지난 2020년 1주택자 외 주택 처분을 권고했던 문재인 정부 때를 떠올리는 공무원들이 많다. ‘공직사회 압박 시즌2’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한 부처 관계자는 “당시에도 고위 공직자가 대상이었지만, 과장 등 실무자들도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강공책 나오나, 시장은 다시 긴장 모드
부동산 시장은 다시 긴장 모드다. 이 대통령이 이달 1일 이후 한동안 부동산 관련 언급이 없다가 20일 만에 다시 고삐를 조이면서다.
22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다주택자 급매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엑스(X)를 통해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 대통령의 이번 업무 배제 지시는 오는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를 준비하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작업”이라고도 했다. 오는 5월 10일 이후엔 다주택자 매물이 잠기며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펴려면 공직사회를 향한 논란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5월 9일 이후 추가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텐데 혹여 그 결정 과정에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빠져라, 사표를 내라’ 이런 의미보다는 매매를 통해 다주택 해소를 하는 등 노력을 해 달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5월 10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에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 실거주 목적 외 대출 제한 등 강공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 임대사업자 등에 대해 “정부 대책에 반해 버틸 경우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직자부터 단속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명확한 기준 없이 다주택자만 때리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시장엔 생계형 임대사업자, 상속·증여에 따른 다주택자, 직장 및 학교 등에 따른 비거주 1주택자 등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인 사람이 많다”며 “강한 규제를 하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