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화 장치도 작동안한듯, 기름때 범벅"…대전 화재 피해 왜 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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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공간은 불법으로 만들었고, 공장 내부 곳곳에는 불이 잘 붙는 절삭유가 남아있었다. 공장은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이어서 불에 취약했다. 이 바람에 화재로 공장 건물이 쉽게 무너졌다.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고 구조가 지연된 데는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안전공업에서는 지난 20일 오후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는 등 7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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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는 진압됐지만 처참한 모습은 그대로다. 뉴스1

화재, 건물 1층서 급속 확산 

대전대덕소방서와 대덕구 등에 따르면 이 업체 직원 다수가 숨진 2~3층 사이 복층 공간은 휴게실과 탈의·운동 공간 등으로 사용했던 장소였다. 하지만 도면과 대장에 없는 시설이었다. 이곳 공장은 본관과 별관(동관)으로 구성됐는데 본관은 1996년, 별관은 2010년 신축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별관 1층에서 시작해 2~3층으로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별관은 애초 1층으로 건축됐지만 2014년 2층에 공장, 3층과 4층에 주차장을 증축했다. 4층은 지붕이 없는 옥외주차장이다.

별관은 공장 특성상 층고(層高)가 5.5m로 높은 편이다. 소방 당국과 대덕구는 공장 측이 이곳에 불법으로 복층 구조의 휴게공간을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공간 면적은 100평(330㎡) 정도다. 공장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이 공간에서 잠시 쉬거나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곳은 온돌 구조이며 10여명이 누워 있을 공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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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불법 구조와 대피 연관성도 조사 

소방 당국은 불법 구조 변경이 이번 화재와 직접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신속한 대피 등에는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대전 대덕구 박경하 주택경관과장은 “건축대장을 검토한 결과 휴게공간은 당초에 없는 공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 20여 명이 구조를 기다리거나 창문에서 추락한 곳도 휴게공간 근처였다. 당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은 갑자기 확산한 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쪽으로 피했다가 일부는 구조되고 일부는 변을 당했다. 지난 20일 11시3분쯤 처음 수습된 사망자와 21일 새벽 사망자 9명이 발견된 곳이 모두 휴게공간 또는 그 인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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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이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산업단지내 자동차 부품공장(안전공업)에서 조사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절삭유는 일정 온도에 불붙어 

불이 난 공장 건물 창문 설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득우 대전대덕소방서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해당 공장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창문이 없이 막혀 있고 왼편으로는 여러 개의 창문이 설치된 구조”라며 “정면이 막힌 상태에서 측면의 창문으로 탈출하다 다친 직원이 16명 정도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창문이 부족해 탈출에 지장을 받거나 연기가 빠져나가는 데 장애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공장 자재나 내부 환경도 화재 확산과 진화 등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공장 내부에는 부품을 깎을 때 사용하는 절삭유(윤활유의 일종)가 곳곳에 흘러 있었고 기름때가 많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절삭유는 섭씨 200도가 인화점이다. 소방 당국은 “절삭유와 집진 설비, 배관에 낀 슬러지(찌꺼기) 등이 불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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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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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현장에서 지난 21일 오후 소방당국과 경찰 등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도 불에 취약 

화재에 취약한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라고 한다. 우석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철골 구조는 화재가 발생하면 녹아내려 건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샌드위치 패널도 철판 사이 스티로폼이 불에 굉장히 취약해 불쏘시개나 마찬가지”고 말했다. 이번에 불이 난 안전공업 공장 건물도 한쪽 부분이 완전히 붕괴했다. 공장 붕괴로 구조작업도 2차례 안전진단을 거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등 상당히 지연됐다. 최초 화재 신고 시점인 20일 오후 1시17분부터 마지막 실종자를 발견한 21일 오후 5시까지 걸린 시간은 27시간 43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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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에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전문가 "방화구역 작동 안 한 듯"  

일각에서는 해당 건물의 방화 구역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방화구역은 불이 났을 때 다른 층 등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 대전 대덕구에 따르면 안전공업 공장 건물 설계도에도 층별로 총 9개의 방화구역이 있다. 목원대 채진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장 1층에서 불이 나고 위층으로 순식간에 확산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라며 “이렇게 봤을 때 각 층에 설치된 방화구역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하성 교수도 “순식간에 불이 확산하고 이에 따라 건물이 뒤틀리면서 방화 구역이 작동하지 않았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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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채진 교수는 "공장 등에서 화재를 예방하려면 평소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피 훈련을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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