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48시간 통첩' 임박에도…이란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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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왼손 엄지를 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이란에 제시한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하면서 중동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4주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의 최종 단계로 호르무즈 해협과 주요 에너지 시설 통제권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목표였던 이란 신정 체제 붕괴나 핵프로그램 제거가 단기간 내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군사적 움직임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맞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미군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해병대 약 2500명에 이어 미 본토 샌디에이고의 제11해병원정대 소속 약 2200명도 추가로 중동으로 향하게 했다. 헬기, F-35 전투기, 해안 상륙장갑차 등의 지원을 받는 병력 구성은 이란 영토 상륙 및 점령 작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된다.

“미 해병대, 장식용으로 오는 것 아냐”

이들 병력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이란 해안선이나,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지 하르그섬 장악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그 해병대원들은 장식용으로 오는 게 아니다”며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보여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출구가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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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지상군 파병 여부에 대해 “어디에도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전쟁 성패를 좌우할 호르무즈 개방 문제를 놓고는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조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몇 주만 더 버티고, 이란이 석유를 생산하는 모든 자원이 있는 하르그섬을 장악하라’고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가스 화력발전소 표적 될 것”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에너지 시설을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경고와 관련해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상당 부분 통제하는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가운데 가스 화력발전소와 기타 유형의 발전소가 잠재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순순히 응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오히려 미국의 역내 모든 에너지·정보기술(IT)·담수화 시설을 표적으로 한 보복 공격을 공언하면서 전쟁이 더욱 격화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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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이란 “‘눈에는 눈’ 변경…더 심각한 후과”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대응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뒤 물류 마비가 길어지자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 등 군사 지원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간 제재로 묶어둔 러시아·이란산 원유 수출은 허용하고, 이제는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마저 무차별 파괴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일관성 없는 전략은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을 시작한 뒤 해결책을 찾으려고 허둥대는 모습이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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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AP “트럼프, 출구 없이 허둥대는 모습”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 수렁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오판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란의 민간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그(트럼프)는 전쟁 통제력을 상실했고 당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 이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이용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해협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미국은 발을 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해협을 방치하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여론 역시 트럼프 행정부 결정에 비우호적이다. 이날 공개된 CBS·유거브 여론조사(17~20일 실시)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40%에 그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0%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같은 조사에 비해 지지 비율은 4%포인트 떨어졌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4%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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