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사드 '이란 내부 봉기' 시나리오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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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미·반이스라엘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미국이 전쟁 초기 핵심 전제로 삼았던 ‘이란 내부 봉기’(Iranian internal uprising)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전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란 신정 체제가 공습과 정보작전으로 흔들릴 경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단기간 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빗나갔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제3국 전·현직 당국자 10여 명을 인용해 양국이 전쟁 준비 과정에서 이란 내부의 대규모 반란 가능성을 과도하게 낙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전쟁 발발 직후 반정부 세력을 결집해 폭동과 체제 붕괴를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사드 수장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개전 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이 시작되면 수일 내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방문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게도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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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 엔겔라브(이슬람혁명) 광장에서 정부 지지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분석을 채택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낙관적 전망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초기에 이란 지도부 제거와 연쇄 정보작전을 병행하면 대중 봉기가 촉발돼 조기 종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후 연설에서 이란 국민에게 폭격을 피하라고 경고하면서도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개전 3~4주가 지나도록 이란 내부에서 정권을 위협할 대규모 봉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 정부가 일부 타격을 입었으나 군·경 통제력을 유지하며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강력한 치안 통제와 보복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민 봉기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내부 붕괴 대신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NYT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 군사기지와 도시, 선박, 석유·가스 시설 등을 겨냥해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연구원은 NYT에 “많은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나오면 총에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정권을 싫어하는 국민은 많지만, 목숨을 걸고 저항하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한 반정부 인사들이 남아 있지만 무장하지 않았고 대중을 결집시키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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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18일 사망한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과 가족의 장례식 후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이미지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제기됐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 아만(AMAN) 등 일부 정보 라인은 대규모 봉기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모사드의 낙관적 분석을 근거로 전쟁 구상을 밀어붙였다고 NYT는 전했다.

전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도 이동하고 있다. 이란 체제 전복과 핵개발 차단이라는 초기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자, 에너지 수송로 통제 문제가 새로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스라엘 안보 당국이 전쟁의 종착지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해협 장악 능력을 무력화하면 전쟁 종결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위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동 지역에 미군 병력이 추가 배치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해협 재개방을 요구하며 핵심 기반시설 타격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전략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내부에서 광범위한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전쟁 구상의 근본적 결함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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