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배우 이동휘가 극중 이동휘를 연기한 이유...영화 '메소드연기'
-
17회 연결
본문
영화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이동휘는 코믹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정극 연기에 도전한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메소드 연기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의 연기를 뜻한다. 부담과 고통은 따르지만, 배우가 할 수 있는 최고치의 연기다.
동갑 절친 이동휘 배우, 이기혁 감독 인터뷰
영화 '메소드연기'(18일 개봉)는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배우의 고뇌와 도전을 그린 코미디다. '알계인'(알코올 중독 외계인)이란 코미디로 사랑 받았지만, 웃기는 배우로만 소비되고 싶지 않은 배우 이동휘가 주인공이다.
영화 '메소드연기'에서 이동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알계인'(알코올중독 외계인).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오랜 공백 끝에 사극 출연 기회가 찾아오자, 그는 정극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촬영장의 여러 변수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려 하는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그는 뾰족 귀 외계인 모습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
영화는 현실 배우 이동휘가 극중 배우 이동휘를 연기하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극한직업'·'범죄도시4'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력을 지닌 배우 이동휘(41)는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메소드연기'를 연출한 이기혁 감독.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를 연출한 동갑내기 이기혁 감독과는 연기를 함께 하며 친해진 20년 지기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둘을 함께 만났다.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 받았던 동명 단편은 윤종빈 감독의 멘토링을 거쳐 장편으로 탄생했다.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처럼 느껴지는"(이 감독) 영화는 "10여 년 연기 활동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 있는 '자기 고백'같은 작품"(이동휘)이다.
이동휘 캐릭터에는 실제 이동휘와 이 감독의 모습이 함께 반영됐다.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다가 얼떨결에 매니저 대신 촬영 현장에 따라온 형 이동태(윤경호) 캐릭터에는 이 감독의 형 스토리가 녹아 있다.
영화 '메소드연기'에서 이동태(윤경호)는 얼떨결에 동생 이동휘의 사극 촬영 현장에 따라왔다가 출연까지 하게 된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장남인 형도 저처럼 연극영화과를 나왔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영화의 꿈을 접고 회사원이 됐어요. 저 때문에 포기했을 지도 모를 꿈을 이동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생계 때문에 투잡을 뛰는 소속사 대표, 카메라 앞에서의 중압감, 촬영 현장의 팽팽한 기 싸움 또한 배우 출신인 이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촬영장의 이동휘에겐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갑자기 바뀐 대본 앞에서 주저하는 이동휘에게 PD(공민정)는 외친다. "우린 (작가가) 써주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영화 '메소드연기'의 이동휘(왼쪽)는 갑작스런 대본 변경 때문에 PD(공민정)와 마찰을 빚는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메소드연기'의 주인공 이동휘는 코믹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정극 연기에 도전한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보여지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동휘를 통해 '나 답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동휘는 "내 실제 모습과 대중이 바라는 모습 사이의 간극은 저만의 고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휘의 엄마 정복자(김금순)는 암 투병하면서도 늘 밝은 표정으로 춤추고 노래한다. 자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병실에 혼자 남게 되자 고통스러운 환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메소드연기'에서 정복자(김금순)는 이동휘(왼쪽) 등 자식들에게 암 투병 고통을 감추려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고통을 참으며 더 힘차게 노래하는 정복자처럼 누구나 삶이라는 무대에서 메소드 연기를 하며 살아가잖아요. 가족 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 역할을 부여받고 어떻게든 버텨내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이 감독)
이동휘는 "어디 아프다는 말을 잘 안 하는 것도 그렇고, 걸어가는 뒷모습까지 김금순 선배가 제 어머니 같아서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며 "연기인데도 현실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메소드연기'의 이동휘는 사극 촬영 후반,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최고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그는 영화 말미에 감정을 한껏 끌어올려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메소드급 연기를 선보인다. 이 감독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 이동휘의 연기를 관객들이 편견과 선입견 없이 볼 수 있도록 조명을 낮추고, 뒷모습 위주로 찍었다"고 말했다.
이동휘는 코믹 배우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애쓰는 극중 캐릭터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코미디 장르에 대한 감사함이 크고,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고 웃는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면서 "기존 역할과 다른 캐릭터에 끊임없이 도전하기 위해 연극, 독립 영화에서 연기 담금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휘는 자신의 삶에서 어떤 메소드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배우가 되기엔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청개구리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의 만류가 많았어요. 그들의 조언에 수긍하는 척 하면서 일을 벌이고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그런 태도가 하나의 메소드 연기일 수 있겠네요.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있는 그대로의 나'로만 살아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이 감독은 "나 또한 '배우가 연출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란 편견에 맞서 세 편의 단편 영화를 찍었고, 결국 장편 연출까지 해냈다"면서 "우리 둘에겐 이 영화가 편견에 대한 도전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