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유가 108% 폭등에도 도로 더 막혔다…“가격 신호등 꺼뜨린 탓”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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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2배 이상 오르는 에너지 위기에도 차량 이용 등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비축유는 충분하다”던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들고 나왔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로 ‘가격 신호등’이 꺼지면서 자발적인 수요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복잡하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23일 오후 6시36분 기준 서울시 전체 차량 통행 평균 속도는 1,2월 같은 시간대 평균 속도보다 느린 시속 19.2km/h로 나타났다. 붉은색은 '정체', 노란색은 '서행'을 의미한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
24일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을 보면 이날 8시27분 기준 서울시 전체 차량 속도는 평균 19.7㎞/h를 기록했다. 1·2월 평일 오전 8~9시 서울시 평균 차량 통행 속도가 각각 23.7㎞/h, 23.5㎞/h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유가 급등에도 길이 더 막힌 셈이다.
퇴근 시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23일 오후 6시36분 기준 차량 속도는 19.2㎞/h로 평일 같은 시간대 평균(1월 21㎞/h, 2월 20.7㎞/h)보다 도로가 더 혼잡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가짜뉴스 무관용→“절약 부탁” 선회
국제유가 고공행진에도 에너지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24일 정부는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실시”를 선언했다. 전날까지 정부는 “전체 (원유) 수급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며 가격·수급 안정을 강조했지만 하루 만에 수요억제 방안이 발표된 셈이다. 지난 3일 정부 합동 비상대응반회의에선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충분한 비축유를 보유 중”이라며 불안심리에 편승한 가짜 뉴스 유포엔 무관용 대응하겠단 메시지도 나왔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발표한 ‘에너지절약 등 대응계획’은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전기·수소차 제외) ▶대중교통 이용 독려(대기업·공공기관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 독려 통한 혼잡도 조절) ▶전기료 인상에 치명적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최소화 ▶석탄발전 가동률 상향 ▶원전 5기 재가동 ▶에너지 사용량 상위 50개 업체 에너지 절감 계획 수립 요청 등이다.
민간 부문에 대해선 5부제를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되, 자원안보위기 4단계 중 3단계인 ‘경계’ 발령시엔 의무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 ‘에너지절약 국민행동’을 통해 ▶전기차·휴대폰 낮에 충전하기 ▶적정 실내온도 준수 ▶불필요한 조명끄기 ▶샤워시간 줄이기 등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실천을 부탁드린다”며 “에너지 수급 위기는 정부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시지 실책…2부제·취약층 지원” 조언
김영희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로 시장 위기 신호가 희석됐다고 보고 있다. 한국 유류가격의 벤치마크가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을 보면 휘발유(옥탄가 95RON) 가격은 이란사태 발발 직전인 2월27일 배럴당 82.1달러에서 지난 23일 170.54달러로 107.7%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황 함유량 0.001%)는 92.9달러에서 242.89달러로 161.5% 올랐다. 그러나 지난 13일부터 최고가격제로 정유사가 주요소·대리점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리터당 1713원으로 묶였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시장 가격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위기감 대신 ‘마음 놓고 써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 건 실책”이라며 “수요가 시장원리에 따라 줄지 않으면서 현재는 2부제(홀짝제)까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본다. 추후 민간까지 부제가 의무 시행되면 생계형 화물, 교통 열악 지역 제외 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국내 수소차 연료는 정유·석유화학 부산물로 나오는 ‘그레이 수소’가 대부분인 만큼 수소차도 규제 대상이 돼야 일관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3월2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정책적 함의와 향후 방향' 보고서. [산업연구원]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가격통제 정책은 많이 쓸수록 혜택이 커지는 만큼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시장 기능은 최대한 유지하는 대신, 가격 상승에 따라 생기는 추가 세입을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2022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헝가리의 연료 가격 상한 정책을 조명했다. 홍성욱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2.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연료 소비 증가, 공급자 측 부담 확대 등 시장 왜곡도 동시에 나타난 만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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