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태안 기름 유출 피해 기금, 복구엔 안 쓰고 운용단체 집행부 억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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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8일 유조선과 크레인선 충돌사고 이튿날 충남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밀려든 기름을 삼성자원봉사단원(파란 옷)들과 주민들이 퍼내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이 피해 회복을 위해 내놓은 지역발전기금 3000억여원이 피해 복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기금 이자 등으로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만 기금 운용 단체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단체 집행부에 억대 연봉, 그리고 매월 회의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이 지급됐음에도 피해 복구 사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관리 감독 기관인 해양수산부와 기금 배분 사업을 관리하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는 해당 단체 2곳과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HS호) 충돌로 유조선 원유 1만2547kL(7만8918배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9년 뒤인 2016년, 삼성중공업은 정부와 국회 중재로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을 법정기부금단체인 모금회에 지정 기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 기금으로 목적 사업을 하는 피해민 단체 두 곳이 만들어졌다. 보령·홍성·군산·부안·무안·신안·영광 등 7개 지역에 대해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이하 연합회)가, 태안·서산·서천·당진 4개 지역을 대상으로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옛 충남연합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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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두 단체는 2018년 11월 모금회와 배분사업 계약을 맺었다. 삼성이 기금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자가 붙어 연합회 몫으로 1043억여원, 조합 몫으로 2024억여원이 지급됐다. 사업 기간은 연합회의 경우 2019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5년, 사업비 규모가 큰 조합은 2019년 1월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10년으로 정해졌고, 기금 용도는 피해민 복리 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 사업으로 제한했다.

사업 종료됐는데 이자로 억대 연봉 받아 

그런데 연합회는 장학·종패 보급 사업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사업 기간이 종료된 지 2년 넘은 현재 시점까지도 기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집행부에 이자 수익으로 억대 연봉과 매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회의비를 받는다. 공익법인인 연합회가 국세청에 신고한 외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2024년까지 이자수익은 154억여원, 사업비용은 115억여원으로 이자수익이 39억여원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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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동대동 서해안연합회 건물 앞에 입간판이 있다. 손성배 기자

그러나 보령수협 조합장 출신인 연합회 이사장의 연봉은 2019년 4000만원에서 2023년 1억4000만원까지 올랐고, 사무총장 연봉도 1억원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각 지역별로 선임한 등기 이사 12명에게 매월 회의비로 250만~300만원씩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보고서에 회의비는 연구활동비로 묶이는데, 회의 참석 거마비로 나간 돈만 6년간 무려 21억여원에 달했다. 피해 복구에 쓰여야 할 기금은 수년째 집행되지 않는데, 단체 직원들 월급만 계속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업 기간인 5년으로 정해진, 사실상 한시 기구인 연합회가 보령 동대동 수협주유소 인근에 17억여원을 들여 3000㎡에 이르는 부동산 토지를 매입하고 50억원 넘는 건축비를 투입해 사옥을 건립한 사실 역시 피해민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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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동대동 수협주유소 옆에 서해안연합회 입간판이 있다. 손성배 기자

전체 기금의 3분의 2가량을 배정받은 조합 역시 정상적인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피해 지역민 1만4134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협동조합으로 근간을 잇고 있으나 대의원, 집행부, 이사장 선임 과정에 내홍을 겪었으며 연합회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등 운영비로 쓴 돈만 사업 3년 차인 2021년까지 100억원에 달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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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홍성, 전북 군산·부안, 전남 무안·영광 등지에서 모인 어민들이 지난 22일 수협중앙회 충청지부에서 열린 서해안연합회 유류피해기금 권리찾기 진상조사위원회 3차 총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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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홍성, 전북 군산·부안, 전남 무안·영광 등지에서 모인 어민들이 지난 22일 수협중앙회 충청지부에서 열린 서해안연합회 유류피해기금 권리찾기 진상조사위원회 3차 총회를 열었다. 편도진 위원장이 서해안연합회가 각 지부에서 제출받은 경비 처리 내역을 들고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연합회와 조합 모두 이처럼 피해민 회복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자 해수부와 모금회는 2023년 5월 사무검사와 합동 현장 점검을 벌인 뒤 같은해 8월 8일 배분금 환수를 통보했다.

모금회는 두 단체와 맺은 배분사업 계약서 6조2호에 따라 지급한 배분금을 환수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과 연합회 모두 이에 불응했고,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가 배분금 반환 소송을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5일 열린 재판에서 원고·피고 측에 모금회가 의결 정족수의 3분의 2만큼 이사를 선임하고, 기존 단체 집행부가 3분의 1 수준에서 이사를 추천해 단체를 유지하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다음 달 23일 재판에서 의견을 밝히라고 한 상태다.

이사장, 사무총장 횡령 혐의로 재판 중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해수부와 모금회는 배분금을 받기 전 선 집행한 비용을 사후처리할 수 없다는 안내를 수차례 받았으면서도 대출금 상환 등 명목으로 47억여원을 임의 소비한 혐의(횡령 등)로 연합회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수사의뢰했다. 검찰이 지난해 6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참다못한 피해 어민들도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2일 충남 보령 수협중앙회 충청지부에서 ‘유류피해기금 권리찾기 진상조사위원회 3차 총회’를 열고 기금 운용 단체를 규탄했다. 편도진 위원장은 “연합회는 피해민들에게 ‘5년간 못 쓰는 돈’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5년 안에 모두 소진하고 끝내야 하는 사업이었다”며 “좀비단체화 시켜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고 월급만 계속 챙기려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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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충남 보령 주교어촌계 바지락 양식장. 가운데 섬 옆 지평선까지 수십년 간 전국에 자연산 바지락 종패를 공급했으나 2년 전부터 어획량이 급감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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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충남 보령 박종필 주교어촌계장이 바지락 양식장을 가리키고 있다. 영화 매드맥스를 차용해 머드맥스로 불린 전국 최대 자연산 바지락 양식장에 바지락이 씨가 말라 어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손성배 기자

심명수(60) 전북 군산어촌계협의회장은 “우리 지역에 배정된 기금 87억원이 오면, 계원들이 13억원을 보태 100억원으로 장학재단을 만들 계획이 있었다”며 “가난한 어부의 자식이라 제때 공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연합회가 빼앗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또 피해 회복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인 단체들 탓에 삶의 터전이 황폐해지고 피해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박종필(70) 보령 주교어촌계장은 “전국에 자연산 바지락 종패를 공급하며 한 집 당 2000만~3000만원어치를 수확했던 우리 어촌계가 지난해엔 단 하루 일을 나갔다”며 “연합회가 자기들 배만 불리는 동안 어장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고 했다.

연합회 "코로나로 진척 없어…억대 급여, 해수부 승인받아"

반면 연합회는 “해수부가 2020년 12월까지 피해 대상자를 명확히 정해주지 않았고, 이후엔 코로나19로 진척이 없었던 것”이라며 “억대 급여는 다른 기관에서도 이사장이 그 정도 돈을 받아가니까 해수부 승인을 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재판부 조정안대로 관선 이사를 받으라고 하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조합 관계자는 “배분금 반환 요청을 받은 뒤엔 사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며 “우리 이사장 급여는 5000만원보단 많고 7000만원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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