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란 부인 속 돌연 “5일 협상”…종전 서막인가, 일격 앞둔 연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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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물밑 협상’을 전격 공개하면서 중동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했던 그는 자신이 제시한 48시간의 시한을 약 12시간 남겨 놓고 ‘매우 생산적인 대화’ 분위기에 따라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반면 이란은 대화가 없었다며 부인해 협상의 실체를 둘러싸고 혼란이 일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예비 협의가 있었다는 정황은 포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부른 이란 발전소 공격을 철회할 명분을 대기 위해 실질적 진척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가 자고 나면 바뀌는 오락가락 행보가 계속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자고 나면 바뀌는 트럼프 메시지…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멤피스 안전 태스크포스 원탁회의’ 연설에서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끝낼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란과 미국 모두 합의를 원한다면서 지난 이틀 동안 매우 강력한 협상을 진행했고 주요 합의점을 갖고 있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15가지 정도”라며 이란의 핵무기 포기가 첫 번째라고 말했다. 합의 타결 시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며 준무기급의 60% 농축 우라늄 약 450㎏을 미국이 직접 회수할 거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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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이란과 지난 이틀간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가졌다”며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란 “미, 수렁 탈출 위한 가짜뉴스”

그러나 이란의 반응은 냉담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몇몇 우호국을 통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받아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답했다”며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과는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폴리티코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유력한 협상 파트너”로 지목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도 “미국과는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석유 시장을 조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빠진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짜뉴스가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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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AFP=연합뉴스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놓고 미국과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장대한 분노 작전), 그리고 지난해 6월 22일(미드나잇 해머 작전) 미국이 기습 공격에 나섰던 전례를 들어 이번 ‘협상’ 발언 역시 또 다른 일격을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전술이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NYT “미 82공수사단 이란 배치 검토”

트럼프 발언 진의를 놓고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최근 미군의 긴박한 전개 상황도 맞물려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약 2500명의 미 제31해병원정대에 이어 미 본토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한 제11해병원정대 약 2200명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어느 전장이든 18시간 내 도착할 수 있는 미 제82공수사단 일부를 이란 작전에 배치하는 방안을 미 국방부(전쟁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최정예 신속대응부대인 82공수사단 약 3000명이 동원된다면 이란 핵심 원유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장악에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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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프 육군 비행장에서 제82공수사단 제1전투여단 소속 장병들이 파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트럼프, 위협 철회 위해 협상 진척 과장한 듯”

다만 미·이란 간 초기 단계의 예비협상은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내뱉었던 (이란 발전소 공격)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록 초기 단계의 대화 개시라는 점조차도 (공격 철회) 빌미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이 중재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르면 금주 내 미·이란 양국 대표단의 대면 회담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파키스탄 정부 실세로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 있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한다. 미·이란 회담에는 미국을 대표해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란에서는 갈리바프 의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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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ㆍ이란 간 핵협상에 참여한 미국 정부 대표단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 특사(가운데), 재러드 쿠슈너(왼쪽)와 협상 중재 역할을 맡은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협상 진지하게 보는지 불투명”

그러나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NYT는 “협상을 성사시키려는 여러 국가들의 외교적 움직임은 활발해졌지만 백악관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협상 성공 여부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협상의 실체’를 의문시하는 목소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등한 유가와 국내외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해 그때그때 흘리듯 메시지를 낸다는 분석도 작용한다. 그가 이날 오전 7시쯤 소셜미디어 글로 ‘협상 진전’ 소식을 알린 이후 유가는 급락했고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하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증시 타이밍 겨냥 ‘수상한 패턴’”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가 문을 닫은 지난 21일 이란에 ‘48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더니 돌연 증시 개장 직전인 23일 아침 협상 진전을 알리는 등 이란 전쟁과 관련된 중대 발표를 금융시장 개장과 마감 시간에 맞춰서 내놓는 ‘수상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을 둘러싼 트럼프의 메시지 전달은 일관되게 비일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달 26~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를 가졌고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최고 지도자와 핵심 참모들이 테헤란 모처에 모인다는 정보를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이란의 시도에 복수할 최선의 기회라고 설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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