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약왕’도 잡아왔다…대통령 “국민 해치면 지구 끝까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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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정부가 송환에 나선 지 9년여 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김경록 기자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로 송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지 약 20일 만이다.

박왕열은 이날 오전 7시16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명의 호송 인력에 둘러싸인 채 수갑을 찬 상태로 이동했으며, 검은 모자와 평상복 차림이었다. 양팔에는 문신이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국내 마약 유통 혐의와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입장, 필리핀 교도소 호화 생활 의혹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다만 취재진 및 인파 가운데 한 명과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박왕열 송환 소식을 알리며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며 “한·필 우정과 정의를 위한 협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여러 경찰관서에 흩어져 있는 박왕열 관련 마약 사건을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병합해 수사를 진행한다. 이날 오전 9시쯤 신병을 인도받은 경기북부경찰청은 마약수사관 12명,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관 2명, 서울경찰청 가상자산 분석팀 6명 등 총 20명으로 전담팀도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마약 유통 조직과 여죄 및 공범, 범행수법 등에 대한 면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조사를 하고 구속영장은 26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개최해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수사는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총을 맞고 살해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이 아닌 마약 혐의에 한정된다. 한국 정부가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만 임시 인도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과 관련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왔지만, 필리핀 측은 박왕열이 현지에서 이 사건으로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해왔다.

임시 인도 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끝나면 박왕열은 다시 필리핀으로 송환된다. 이후 필리핀에서 잔여 형기를 복역한 뒤, 한국에서 추가 형이 확정될 경우 이를 이어서 집행하게 된다. 법무부는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임시 인도 기간 연장 등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

박왕열은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로 알려진 인물이다. 텔레그램 아이디 ‘마약왕 전세계’로 활동하며 국내에 마약류를 공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도 마약을 유통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왕열이 수감됐던 뉴빌리비드 교도소는 개인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스파와 테니스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수감 중에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사람이 있다. 교도소로 애인을 불러 논다고 하더라”며 직접 인도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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