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전언, “패션은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결정하는 행위”[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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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팔라초 바르베리니에서 열린 발렌티노(Valentino)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가 끝난 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전 세계 기자단이 만나는 ‘프레스 모먼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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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가 끝난 뒤 무대인사를 하는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발렌티노

이 자리엔 발렌티노의 주요 인사들과 쇼에 참석했던 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콜맨 도밍고, 미국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맹키스 등 많은 사람이 모여 그를 둘러싸고 인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켈레는 따로 이 자리에서 이번 쇼의 철학적 배경과 창립자의 유산을 재해석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쇼 장소로 로마의 팔라초 바르베리니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곳은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무엇보다 두 명의 위대한 건축가가 설계한 서로 다른 성격의 계단이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한쪽에는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의 역동적인 구조가 만들어내는 ‘혼돈의 미학’이, 다른 한쪽에는 프란체스코 보로미니가 구현한 ‘이성적 질서’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 사이에서 긴장과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작업의 핵심이기도 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쇼 노트에서는 ‘어둠’을 언급했는데, 오늘 런웨이에서 보여준 색감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어떤 의도였나요.
“제가 말한 어둠은 단순히 우울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빛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로마에서 살아오며 체득한 일종의 감각이기도 합니다. 빛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을 지나야 하죠. 이번 컬렉션은 타이틀처럼 하나의 ‘거대한 간섭’이 되길 바랐습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공존하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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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발렌티노 레드' 드레스. 사진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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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를 쇼의 마지막 작품으로 세워 창립자 발렌티노 가라바니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사진 발렌티노

-‘발렌티노 레드’라는 상징적 컬러가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브랜드마다 고유한 코드가 있는데, 발렌티노에서는 이 강렬한 레드가 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레드 드레스를 컬렉션에 포함시키려 노력합니다. 그것은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대담하고 세련된 색채 조합에 나만의 집요한 디테일을 더하고, 그의 정교한 실루엣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번 컬렉션 전반에서 1980년대의 향수가 짙게 느껴집니다. 그 시대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1980년대는 긍정과 광채, 문화적 풍요가 넘치던 믿기 힘든 시대였습니다. 당시 십 대였던 저는 그 시절을 매우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로마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였고, 사람들은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봤죠. 특히 당시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와 신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제 어머니 역시 자신의 몸과 아우라를 스스로 통제하는 분이셨습니다. 창립자인 발렌티노 가라바니 역시 이러한 여성의 주체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추구했던 여성상을 어떻게 재해석했습니까.
“그는 주름과 드레이핑을 다루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여성에게 힘을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작업은 여성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여신적 존재’의 개념을 구축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패션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이번 컬렉션은 권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나 돈의 힘이 아닙니다. 바로 ‘자유의 힘’이죠. 남자가 재킷의 단추 하나를 푸는 사소한 제스처 역시 하나의 권력이자 자유의 표현입니다. 패션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결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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