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식재료부터 플레이팅까지…셰프에게 직접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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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쿠킹클래스 트렌드
레시피,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변화
세팅된 공간에서 소수 인원으로 운영
온라인도 능동적 참여형 구현에 집중

최근 쿠킹클래스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직접 체득해 취향으로 완성하는 ‘경험’에 있다. 윤지아 셰프. [사진 지글지글클럽, 이과용]
현대인에게 요리는 더 이상 ‘배를 채우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레시피 영상은 넘쳐나고, 누구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요리를 따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시 주방으로 향한다. 화면 밖으로 나와 직접 만들고, 맛보고, 몸으로 익히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레시피라도 ‘누구에게,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와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요리는 이제 소비하는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체득해 나만의 콘텐트로 쌓아가는 미식의 여정에 가까워졌다. 자연스럽게 ‘배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쿠킹클래스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직접 체득해 취향으로 완성하는 ‘경험’에 있다. 송하슬람 셰프. [사진 지글지글클럽, 이과용]
낯선 요리의 진입 장벽 낮추고 만족도 높아
이런 흐름은 최근 쿠킹클래스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단순히 레시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를 완성해가는 전 과정을 함께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이는 요리를 ‘보는 것’에서 ‘해보는 것’으로 바꾼 변화다. 실제 수강생들도 이러한 구성을 선호한다. 7년째 쿠킹클래스 ‘살롱드이꼬이’에 참여 중인 안은주 씨는 “단순히 레시피를 배우는 것을 넘어, 과정을 줄이면서도 맛을 끌어내는 방식과 재료 간 연결성을 고려해 낭비를 줄이는 조리법 등 실질적인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쿠킹클래스의 또 다른 장점은 새로운 요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는 점이다. 영상으로만 접할 때는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국적인 메뉴들도 직접 재료를 만지고 셰프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상으로 들어온다. 스페인 요리 클래스를 연 송하슬람 셰프는 “낯선 이국의 맛도 결국 우리 곁의 식재료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식의 세계관은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유튜브나 SNS 레시피와 오프라인 쿠킹클래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결국 ‘몰입의 깊이’에 있다. 디지털 콘텐트는 언제든 멈추거나 건너뛸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재료 손질의 첫 단계부터 불 조절의 미세한 차이, 그리고 마지막 플레이팅으로 완성되는 전체 흐름을 끊김 없이 관찰하고 참여하게 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조리 과정을 오감으로 익히고 직접 재현하는 경험이 경쟁력이 된다.
한남동과 신사동 등 입소문 난 쿠킹클래스를 찾는 안예슬 씨는 “유명 맛집을 운영하는 셰프에 대한 신뢰로 클래스를 신청하게 됐다”며 “예약이 치열하다 보니 참여하고 싶은 심리가 더 커지는데, 실제로 와보니 소수로 프라이빗하게 운영되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요리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레스토랑처럼 세팅된 공간에서 샐러드부터 메인까지 알찬 구성으로 시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대형마트 장보기 팁처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콘셉트의 수업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쿠킹클래스는 요리 기술을 넘어 플레이팅, 식기 선택, 테이블 구성까지 아우르는 ‘미식 경험’ 전반을 다룬다. 일부 클래스는 수업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설계하기도 한다. 구하기 힘든 식재료를 소분해 나눠주거나 실제 사용하는 구매처를 공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살롱드이꼬이를 운영하는 정지원 요리연구가는 “수업에서 한 번 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에 돌아가 다시 만들어봐야 비로소 자신의 요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쿠킹클래스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직접 체득해 취향으로 완성하는 ‘경험’에 있다. 정지원 요리연구가. [사진 지글지글클럽, 이과용]
유명 셰프의 요리 과정·노하우 배워
오프라인의 밀도 높은 경험은 최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의 온라인 요리 교육이 단순히 화면 속 강사를 따라 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등장한 플랫폼들은 오프라인의 ‘생생한 감각’을 주방으로 옮겨오는 데 집중한다.
이들의 플랫폼의 전략은 명확하다. 전문가의 정교한 시연을 고화질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 재료 준비의 피로도를 줄여주기 위해 맞춤형 쿠킹박스를 결합한다. 이는 시청자를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능동적인 ‘행위자’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다.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재료를 손에 쥐여줌으로써 경험의 완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식문화 소셜 플랫폼 ‘지글지글클럽’에서 슬로우에이징 클래스를 연 윤지아 셰프 역시 “전문적인 조리법이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심리적·물리적 문턱을 낮추는 쿠킹박스 같은 도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좀처럼 대중 앞에 서지 않던 ‘미식의 거장’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7년간 국내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가온’을 이끌며 한식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김병진 셰프는 조만간 정통 한식 클래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주도에서 독보적인 감각으로 ‘오픈런’을 부르는 디저트 브랜드 ‘베카신’의 고운정 대표 역시 온라인 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고 대표는 “지역적 한계로 접근이 어려웠던 분들에게 베카신의 케이크를 소개할 좋은 기회”라며 “필요한 재료는 소분해 보내주니 누구든 실패 없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서울의 파인 다이닝부터 제주의 트렌디한 디저트까지 자신의 주방에서 직접 재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이를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주목한다. 쿠킹클래스의 경쟁력 역시 정보를 넘어, 전문가의 노하우를 직접 체득해 취향으로 완성하는 ‘경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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