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초의학 교수 모셔라”…수도권·거점국립 의대, 스카우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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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배정의 공이 대학으로 넘어갔다. 각 대학은 21일 증원에 대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정원 배정 후속 작업에 돌입했다.

대학별 기초의학 교수 편차 18명~87명…기준 미달 의대도

대학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건 기초의학 전임 교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기초의학은 해부학·생리학·면역학·예방의학 등 의학의 기본 학문으로 주로 본과 1~2학년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정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난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대학 내부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증원됐다”며 “당장 내년에 의대 교육수준을 맞추기 위해 기초의학 교수 수를 10여명 넘게 증원할 계획을 세웠는데,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34개 의대(제출 미제출 의대 6개교 제외) 기초의학 교수 수는 1131명으로 임상의학 교수 수(8876명)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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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현영 의원실

학교별 편차도 크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기초의학 교수 수는 대학별로 18명에서 87명까지 규모 차이가 컸다. 의대 인증 최소 수준인 기초의학 전임교원 수 25명을 못 맞춘 대학도 4곳이나 있었다. 특히 유전학·생물물리학·면역학 분야의 기초의학 교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기초의학연구실 교수는 “소득이 임상교원이 절반 미만이고 의대 내에서 입지가 좋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의대 졸업자 중에서 기초의학 전공자는 본인이 좋아서 공부하는 1% 미만의 극소수 사람들뿐”이라며 “의사 출신 교원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수의대, 약대 등 다른 의약계열 출신이 기초의학 교원으로 임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수도 학생도 ‘비수도권 의대서 수도권 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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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별 증원, 얼마나 늘어나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수도권에 있는 미니 의대나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거점국립대 의대가 대폭 증원되면서 벌써 기초의학과 교수를 상대로 한 ‘스카우트 전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시간은 없고 공급은 부족하니 새로운 인재를 찾기보다 원래 하던 사람을 데려오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역의 기초의학 교수들은 수도권이나 더 좋은 의대로 옮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의대에선 교수뿐 아니라 다른 의대로 1~2년 안에 이동하는 학생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호남권의 한 대학 처장은 “의대 정원이 다 같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이라면 더 좋은 의대로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일단은 의대생의 수업 복귀 문제가 중요하지만, 복귀 후 학생들의 이탈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인재가 의대 쏠림, 그게 나라 미래 보장할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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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R&D 예산삭감 규탄 및 원상회복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의대가 없는 비수도권 대학과 이공계 등 ‘비의과대학’ 교수들의 박탈감도 크다. 최세휴 경북대 공과대학장은 “모든 인재가 의대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돼 조만간 서울대 공대에 내신 3등급도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게 대한민국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나라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의료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필수 인력들이 고루 양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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