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잠실에 벌써 꽃이 만개했다…반클리프 아펠이 만든 동화 정원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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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 화려한 봄의 색채로 일렁인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 아티스트 샬롯 가스토와 쌓아온 예술적 교감으로 완성한 정원 덕분이다. 도시의 소음을 잠재우는 선명한 색채의 일러스트가 바쁜 일상에 정갈한 쉼표를 찍는다. 동화적 상상력이 숨 쉬는 숲, 그 서정적인 봄의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서 반클리프 아펠이 ‘스프링 이즈 블루밍(Spring is Blooming)’ 행사를 시작했다. 자연을 깨우는 봄의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봄 다시 잠실을 찾으며, 4월 12일까지 방문객을 동화 속 세계 같은 정원으로 초대한다.
27일 오전 개화가 늦어져 아직 꽃을 볼 수 없는 석촌호수 주변과 달리, 월드파크엔 분홍·노랑·빨강 꽃들이 가득했다. 프랑스 아티스트 샬롯 가스토(Charlotte Gastaut)가 만들어낸 일러스트 작품들이다. 만개한 꽃은 아치형 문과 휴게 공간, 벤치와 놀이공간 등 정원 곳곳에 가득 차 봄의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잠실에서 시작된 반클리프 아펠의 '스프링 이즈 블루밍' 이벤트 현장.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잠실을 찾은 행사로, 프랑스 아티스트 샬롯 가스토가 봄의 자연을 표현한 협업 작품이 행사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윤경희 기자
매년 봄의 시작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온 반클리프 아펠은 오랜 시간 협업해온 샬롯 가스토를 이번 프로젝트의 협업 아티스트로 선정해 이번 공간을 완성했다. 행사 준비가 한창이던 이달 초,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공간의 확장이 아닌 ‘호흡의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종이 위에서의 작업과 달리 도시 속 설치 작업은 구름과 빛, 사람의 움직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봄, 스프링 이즈 블루밍
샬롯 가스토는 2018년 ‘그림 형제 동화’ 컬렉션을 시작으로 반클리프 아펠과 8년째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작고 정밀한 주얼리의 세계를 표현해온 그에게 잠실 월드파크라는 공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번 반클리프 아펠의 잠실 '스프링 이즈 블루밍' 이벤트를 함께한 프랑스 아티스트 샬롯 가스토. 그는 27일 직접 이벤트 공간을 방문해 방문객들과 정원의 정취를 나눴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종이 위에서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도시 속 설치 작업은 주도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구름, 도시의 소음, 우연히 마주친 방문객과 공존해야 하죠. 예상치 못한 만남 속에서 사람들이 잠시 미소 짓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이번 정원을 위해 꺼내 든 영감은 18세기 프랑스 궁정 드레스의 소재인 ‘실크’다. “실크는 숨결 한 번에도 빛을 다르게 머금고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영감의 원천”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유연한 소재는 수직으로 치솟은 잠실의 빌딩 숲 사이에서 수평적 여유를 갈망하는 도시인들에게 하나의 해답이 된다. 가스토는 “시선이 위로 향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눈이 편안하게 머물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리듬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스프링 이즈 블루밍 행사를 알리는 반클리프 아펠의 이미지. 봄의 정취를 담은 주얼리, '럭키 스프링 버터플라이 클립'이 샬롯 가스토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작품이 됐다. 사진 반클리프 아펠
감정의 온도를 설계한 정원
이번 정원은 흔히 떠올리는 파스텔 톤의 봄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봄은 시원함과 따뜻함 사이, 그 균형의 순간에 살아 있다”며 “정오의 빛을 닮은 초록, 미묘한 온기를 머금은 흰색, 일 년 중 단 며칠만 허락되는 파란색 등 채도가 높고 생동감 있는 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 이즈 블루밍에 설치된 샬롯 가스토의 일러스트 꽃, 환상적인 색채와 실루엣의 꽃은 이곳을 동화 같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섬세한 디테일과 선명한 색감이 돋보이는 샬롯 가스토의 플라워 작품. 윤경희 기자
그가 제안하는 봄의 온도는 따뜻함과 시원함 사이의 균형이다.
이 정원을 관통하는 말을 묻자, 가스토는 “두서르(Douceur)”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함께 아우르는 프랑스어로, 그는 이를 통해 다정한 위로와 평온함을 전하고자 했다.
“두서르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림을 볼 때, 혹은 아이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끼며 말하다 잠이 들 때의 감정입니다. 방문객들이 정원을 떠날 때 웅장한 기억이 아니라 친절함의 여운을 가져가길 바랍니다. 사람을 놀라게 하기보다 위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숨겨진 선물과 함께 하는 워크숍도
정원의 중심에는 ‘다리’와 ‘그네’가 놓였다. 가스토는 이를 “시간에 대한 제안”이라고 설명한다. 그네는 공중에 떠 있는 감각을 통해 어린 시절의 자유를 환기하고, 다리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의 장소로서 사색의 시간을 유도한다. 이는 감각에서 사유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한 장치다.
스프링 이즈 블루밍 공간의 중심에 설치된 다리. 사진 반클리프 아펠, 윤경희 기자
꽃이 만개한 아치형 입구. 누구나 무료로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 윤경희 기자
또한 그는 정원 곳곳에 인내심 있는 관찰자를 위한 디테일을 숨겨뒀다. 여유 있게 이곳에 머물며 예기치 못한 발견의 기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두르는 눈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그의 말처럼, 이 공간은 머무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스프링 이즈 블루밍은 메종의 장인 정신과 작가의 서정적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장이다. 정원 속 벤치에서의 휴식은 물론, 주말에는 화관 만들기와 미니 정원 꾸미기 등 예약제 워크숍이 운영된다. 워크숍은 카카오 예약하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일반 방문객은 언제든 무료로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 방문객에게는 씨앗 카드와 타투 스티커가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운영시간은 월~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금~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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