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종 마지막을 지킨 기록…울산서 만나는 충신 '엄흥도'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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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흥도 이야기가 실린 충의공엄선생실기. 사진 울주민속박물관
단종의 마지막을 둘러싼 충절의 기록물이 울산에서 공개됐다. 울산 울주민속박물관이 엄흥도와 영천 황보 일가 관련 유물 2점을 전시하면서, 영화로 주목받는 인물의 실존 기록을 원자료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울주민속박물관은 다음달 26일까지 박물관 기획특별전 전시실에서 단종의 충신 엄흥도와 계유정난 관련 인물을 조명하는 유물 2점을 기간 한정으로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공개 유물은 '충의공엄선생실기(忠毅公嚴先生實紀)'와 '황보석추존교지(皇甫錫追尊敎旨)'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기며 엄흥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그의 실존 삶과 연결된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충의공엄선생실기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충절을 담은 핵심 사료다. 1817년 후손이 처음 간행한 뒤 이후 사실이 보완돼 재편찬됐다. 책에는 후대에 추가된 엄흥도의 행적과 추증 기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한 충신의 전기 기록을 넘어 한 인물의 선택이 어떻게 기억되고 전승됐는지를 보여준다.
엄흥도는 단종이 강원도 영월에서 죽임을 당하자 '시신을 수습하면 삼족을 멸한다'는 금지에도 불구하고 장례를 치른 인물이다. 책에는 그가 그의 어머니를 위해 마련해뒀던 관을 사용해 단종의 장례를 치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족들이 화가 미칠까 만류했지만 엄흥도는 "좋은 일을 할 따름이다"라고 말한 뒤 장례를 마쳤고, 이후 사라졌다고 돼 있다.
계유정난으로 희생된 영천 황보 가문의 황보석을 복권한다는 내용의 교지다. 황보석은 단종을 보필한 영의정 황보인의 장남이다. 사진 울주민속박물관
함께 공개되는 황보석추존교지도 주목된다. 계유정난으로 희생된 영천 황보 가문의 황보석을 복권한다는 내용의 교지다. 황보석은 단종을 보필한 영의정 황보인의 장남이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권력 다툼 속에서 김종서의 아들 김승규와 함께 북경에 다녀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단종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이후 명예 회복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계유정난은 1453년 수양대군이 단종의 보좌세력인 황보인·김종서 등 수십 명을 숙청하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이번 전시는 엄흥도와 울산의 인연을 다시 되짚는다. 엄흥도는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관직을 내려놓고 남쪽으로 내려와 울산에서 생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마지막 삶의 터전은 울산으로 알려져 있다.

울주군에 자리한 ‘원강서원비’.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충신 엄흥도의 비석이다. 김윤호 기자
이런 인연은 지역 문화유산으로 이어져 있다. 울주군 삼동면에는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원강서원과 비석이 남아 있다. 높이 2.12m의 원강서원비에는 그의 행적과 충절이 새겨져 있다. 1998년 울산시 문화유산자료 제10호로 지정됐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조선 충신의 삶이 300㎞ 떨어진 울산에서 마무리됐고, 그 기억이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원강서원비 앞에서 만난 시민 신지혜씨는 "영화로만 알던 이야기를 실제 기록으로 보니 느낌이 다르다"며 "울산에 역사적인 인물이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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