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쟁사에 영업비밀 왜 넘기냐"…7.8조 KDDX 사업, 또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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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HD현대중공업은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방위사업청과 해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DDX 기본설계 종료식을 가졌다. 사진은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 HD현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상세설계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기본설계 자료 활용이 불가피한 가운데, 자료 제공 범위를 두고 업계와 정부 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대한민국(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방위사업청은 23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 공고를 냈고, 26일 양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배부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배부된 자료에 자사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며 해당 내용의 제외를 요구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추진방안이 '지명경쟁입찰'로 결정됐다는 내용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입찰 방식 변화다. 기존에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사례가 많았지만,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했다. 상세설계는 기본설계 결과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만큼, 지명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에 경쟁사가 수행한 기본설계 결과가 제공되는 구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기본설계 자료 제공 범위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본설계 결과물의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 만큼 지명경쟁입찰에 참여한 업체에 동일한 조건으로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당시 상세설계까지 이어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결과물을 만들었으며, 일부 자료에는 입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부할 기본설계 자료 195개 항목 중 12개를 영업비밀로 보고 제외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항목에는 가격 산정 기준과 최신 함정 건조 공법, 설비 및 기술 관련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갈등 속에서도 사업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이달 31일 양사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제안서 작성 기간을 거쳐 5월 15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다음 달 8일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심문 결과에 따라 일부 절차가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입찰 분쟁을 넘어 방산 사업 구조 전반의 점검 필요성을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수행 주체가 달라질 경우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방위 산업은 정부가 사업비를 투자하고 기술 소유권을 갖는 구조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기본설계 결과물을 다른 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민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기술 보호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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