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 아픔에 울었던 日소녀…독립투사 박열 부인, 100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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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왼쪽)와 박열 의사. 사진 박열의사기념관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 의사의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 사망 100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제작됐다.

남편과 함께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가네코 후미코는 1926년 일본 법원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뒤 같은 해 7월 23일 옥사했다. 박열 의사 가문의 선영에 안장됐던 그는 2003년 11월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 있는 박열의사기념공원으로 이장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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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마성면 박열의사기념공원에 위치한 가네코 후미코 묘소. 사진 박열의사기념관

문경에 모신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 

일본 요코하마(横浜)에서 태어난 가네코 후미코는 부모의 무관심으로 출생 신고조차 되지 못한 무적자(無籍者)로 유년기를 보냈다. 9세 때 조선(현 세종시 부강면)에 살던 할머니에게 맡겨져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이 시기 억압받는 조선인 참상을 목격했고 1919년 3·1 만세운동이 펼쳐지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의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가네코 후미코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사이에 있는 헌병대 건물에서 조선인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그는 “카키색 제복을 입은 헌병이 마당으로 조선인을 끌어내 옷을 벗기고 알몸이 된 엉덩이를 채찍으로 때리고 있다. 하나, 둘, 헌병의 새된 목소리가 들린다. 맞고 있는 조선인의 울음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라고 기록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東京)에서 고학하던 중 사회주의와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을 접했고 박열 의사와 만나게 된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 의사가 쓴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시를 읽고 “내가 찾고 있던 사람,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은 틀림없이 그 사람 안에 있다. 그 사람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사람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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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박열의사기념관 전경. 사진 경북나드리

2017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도 박열 의사와 가네코 후미코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등장한다.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건물에 불을 지른다’ 유언비어가 퍼졌던 때가 배경이다. 조선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할 때 박열의사와 가네코 후미코는 일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대역죄를 쓰고 일제의 재판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무죄를 주장하는 대신 일본제국주의 권력을 비판하는 사상 투쟁을 전개했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나 1926년 7월 23일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감형 이후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기는 기록이 없어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일본에서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 개봉됐다. 하마노 사치(浜野佐知)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지난달 28일부터 일본 도쿄와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는 사형 판결 이후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기를 가네코 후미코가 남긴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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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포스터. 사진 문경시

일본 현지 매체 비평에서는 이 작품이 100년 전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삶뿐 아니라, 감형을 거부하며 ‘천황제’ 체제에 맞서 투쟁한 한 인간의 주체적 사상을 조명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열의사기념사업회는 오는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특히 하마노 사치 감독이 참석해 영화 상영과 함께 제작 배경,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상을 알리고 관람객과 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네코 후미코 사진전, 토크콘서트, 뮤지컬 박열 공연 등 부대 행사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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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포스터. 사진 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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