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문기술자' 이근안 포상 취소되나 …공적 정당성 다시 따진다
-
3회 연결
본문
2012년 12월 14일 서울 성동구서 열린 자서전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 당시 이근안 전 경감. 연합뉴스
경찰이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 공로로 불합리하게 받은 수사 관계자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고문 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사망한 가운데 1980년대 남영동 대공분실 등에서 근무하며 고문으로 불합리하게 포상·표창을 받은 이들의 서훈이 대거 취소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래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7만여개의 공적 사유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례까지 포함해 공적의 정당성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훈법 8조에 따르면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사람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敵對地域)으로 도피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서훈을 취소한다.
2017년 정부표창 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기관장 표창도 박탈이 가능해졌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에서 간첩 조작 사건에 가담한 74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 상당수의 포상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이와 같은 조사는 지난 25일 군사정권 시절 국가폭력의 상징이 된 이근안 전 경감이 사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각종 포상을 받은 경찰관들의 공적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왔다”며 “이번 조사는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해 훈장을 받은 사례를 조사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안 전 경감은 1970~19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일하며 민주화 인사와 언론인 등을 상대로 강압 수사와 고문을 주도한 인물이다. 각종 공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전기고문과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민주화 이후 수사가 본격화되자 11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1999년 자수했다. 그는 납북 어부를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2006년 만기 출소했다.
이 전 경감은 출소 후 목사로서 간증 등 신앙 활동을 하면서도 “나는 고문 기술자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 2012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자서전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며 “애국이 아니면 누가 목숨을 내놓고 일했겠느냐”고 발언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전 경감은 최근 건강이 악화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홀로 지내다 88세의 나이로 25일 사망했다.
이 대통령 "국가폭력 범죄자들 훈·포장 박탈 당연"
그는 생전에 총 16개의 상훈을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취소가 확인된 것은 1986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받은 옥조근정훈장 한 건뿐이다. 불법 고문 가해자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대부분의 포상이 유지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포상 공적을 확인하는 만큼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감 있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면 서훈·표창 취소 대상자를 행정안전부에 보고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전 경감과 같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불합리한 포상이 대거 박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X에 관련 보도 내용을 공유하며 “고문과 사건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