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량제 원료 충분하다는데…"사재기 때문에 대란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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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으로 비롯된 ‘종량제봉투 대란’에 정부·지방자치단체는 “공급량은 충분하다”며 소비자들의 ‘사재기 심리’ 진화에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1인 1회 판매량을 제한하는 등 수요 관리도 병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안감으로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했을 뿐, 공급 안정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원료는 1년 치 이상 보유”
2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셀프계산대에 재활용 종량제 봉투가 비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228개 중 123개 기초지자체(53.9%)가 6개월분 이상의 종량제봉투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국 지자체가 평균적으로 3개월분 이상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비축된 봉투엔 지역명이 인쇄되지 않아 수급 차질이 생긴 지역에 즉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재기를 촉발하고 있는 원료(나프타) 부족 우려와 관련해선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한 재생원료는 약 18억3000만매 분량으로 2024년 전체 판매량(약 17억8000만매)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나프타 수입 대신) 재생원료만으로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량제봉투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열분해한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지는데, 재생원료도 PE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충분하다는 의미다.
성남·철원 등 구매 제한…의정부는 ‘가격 인하’
29일 경기 고양시의 한 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자체는 생산 업체에 생산·유통을 독려하는 한편 도·소매 구매량을 제한하는 등 수요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5일만해도 서울시 구로구의 A 편의점은 “재고량이 부족해 물건을 사가는 손님에게만 1장씩 종량제봉투를 팔고 있다”고 했지만, 구청의 공급량 확대 조치(27일) 이후인 29일 오전엔 1묶음(10매) 단위로 구매가 가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량제봉투 품귀는 수요 급증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지만, 민원 창구엔 구입처를 문의하는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사재기가 심화하면 ‘발주 요청-소진’ 주기가 빨라질 수 있어 각 지자체에선 1인 10매 규정을 권고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약 4개월분인 6900여만매의 종량제봉투를 확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는 수요 관리를 택했다. 판매처에 대해 ‘주 1회, 1회 10묶음(100매)’으로 주문량을 제한했다. 종량제봉투는 종류·크기별로 ▶소각용 6종 ▶음식물용 5종 ▶재사용 3종 등 총 14종인 만큼 판매처는 1주에 1400매를 팔 수 있다. 또한 시민 1인당 하루 최대 10매로 구매량 상한선을 뒀다. 강원 철원군은 소비자에 대해 ‘1인 2매’ 구매 상한을 뒀고, 전북 전주시는 다음 달 중순부터 일반 비닐봉투를 사용한 생활폐기물 배출을 허용하는 한편 종량제봉투 사재기 및 재판매에 대해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나프타 수급 불안정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예고한 지자체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청소예산자립을 이유로 2020년부터 매년 10%씩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해온 경기 의정부시는 오히려 내달 1일부터 종량제봉투 가격을 종류별로 최소 10%씩 내리기로 했다.
“재생원료 늘리고 정확한 소통”…법 개정 논의도
이재명 대통령를 비롯한 주요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이 26일 충남 서산 석유공사 비축기지에서 현장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확한 커뮤니케이션과 재생원료 확대를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료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심화하면 사재기로 인해 진짜 종량제봉투가 부족한 ‘자기실현적 예언’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장기적으로 재생원료, 바이오매스 등 원료를 확대해 나프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그러려면 재생원료의 품질을 향상하는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E가 상·하수도관, 과자·라면의 포장 용기 등 국내 공산품 생산에 전방위적으로 쓰이는 만큼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를 비축물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석유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동춘 LG화학 대표는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여한 석유화학 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나프타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의 비축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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