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녀 업어주던 따뜻한 할아버지"…안전공업 사망자, 눈물의 마지막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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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전시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대전에서 발생한 안전공업㈜ 화재로 숨진 14명 가운데 마지막 희생자가 가족 곁을 떠났다. 30일 오전 8시 대전시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인 고(故) 오상열씨(64)의 발인식이 열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만이다. 발인식에는 유족과 회사 노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로써 지난 25일 첫 발인이 시작된 이후 희생자 14명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오씨는 아내와 손녀가 살고 있는 충북 영동에 안치됐다.
안전공업 43년 재직, 정년 후에도 "후배들 가르쳐야" 근무
오씨의 아내는 발인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남편을 ‘따뜻한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를 데리고 살았던 오씨는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업어주고 재워주며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오씨는 “할아버지이자 아빠였다”며 담담하게 담했다. 1983년 첫 직장으로 안전공업에서 일을 시작한 오씨는 43년간 한 회사에서만 근무한 성실한 직원이었다. 매일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 저녁 10시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도 “후배들에게 더 많은 일을 가르쳐야 한다”며 퇴직 시점을 늦췄다는 게 오씨 아내의 설명이다. 오씨는 2022년 12월 30일 재직 40주년을 맞아 안전공업측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30일 오전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로 목숨을 잃은 오상열씨 빈소 앞에 오씨가 안전공업에서 받은 감사패가 놓여있다. 이날 오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김방현 기자
정년퇴직을 앞두고 5년 전 전원생활을 위해 세종에서 영동으로 이사한 오씨는 “더 일을 해달라”는 회사의 요청을 받고 한 해 한 해 근무시간을 연장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퇴직을 결심한 그는 ‘버킷리스트’로 후배들에게 근사한 밥을 사주는 것이라며 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애초 오씨 가족은 다른 희생자처럼 일찍 발인을 준비했다가 남편, 아버지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발인을 늦췄다. 오씨 아내는 “남편이 금형부분에서 일했는데 계속 서서 일을 하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일을 배우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30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고(故) 오상열씨에 발인에서 안전공업 노조가 추모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힘은 회사 생활이었지만 오씨는 퇴근 후 자신을 기다리는 손녀(7세)를 보면서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는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나는) 할아버지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으로 알고 살겠다”는 편지를 썼다. 할머니와 엄마에게는 “우리 잊지 말자”는 말도 했다. 손녀를 비롯한 유족은 편지를 써서 오씨 곁에 보관할 예정이다.
오씨 "공장 환풍기에서 자주 불이 난다" 말해
오씨 아내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공장 환풍기에서 자주 불이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공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에게서 “1층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30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고(故) 오상열씨 발인에서 유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안전공업 사망자 유족들은 이날 오전 오상열씨 빈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하고 조사하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정부와 경찰에 촉구했다. 희생자 14명의 유족은 31일부터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망자 유족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송영록씨는 “애도 기간인 데다 발인을 마치지 않은 가족이 있어 기다렸다”며 “현장감식에 동행했는데 무너진 공장을 보고 화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희생자들이 어떠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들은 평소 공장에서 자주 화재가 발생했고 119에 신고하는 대신 직원들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 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대피가 늦어졌고 직원들이 이번 화재도 자체 진화할 정도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유족은 추정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에서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송씨는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수사가 빨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앞으로 다른 유족과 함께 (수사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직원 14명(하청업체 2명 포함)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경찰은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등 임원 8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손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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