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퍼마켓 비지 않았다"…버티는 이란 뒤엔 40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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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이 서로의 산업 인프라를 정조준하는 보복전 국면으로 확장되면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0여 년간 이란이 쌓아올린 '저항경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항경제를 지탱하는 산업 기반으로 전선이 넓어지면, 지금껏 버텨온 이란 경제가 한계점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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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냐 상공에 이란의 새로운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로켓 궤적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40년 제재가 키운 생존 본능… '저항경제'의 뿌리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무차별 공습 속에서도 이란의 수퍼마켓 진열대는 비어 있지 않고, 공무원 급여 역시 지급되고 있으며 유가 급등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호재가 되고 있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저항경제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을 교훈 삼아 수입이 어려운 의약품·자동차 부품·가전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수백 개 발전소를 전국에 분산 배치해 전력망 파괴 리스크를 최소화했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석유와 식량·기계류를 맞교환하는 물물교환을 일상화했다.

FT는 해당 모델의 뿌리를 1960~70년대 팔레비 왕조 시절의 산업 근대화에서 찾았다. 이런 기반 위에서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신정 체제 하에서 민간 기업의 제재 우회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폭 강화된 제재로 원자재·부품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국산품 중심 경제로 전환에 속도를 냈다. 이란 출신 경제학자 자바드 살레히이스파하니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이것이 이란을 걸프 이웃 국가들과 구별짓는 요소"라고 말했다.

일단은 버티는 이란

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후 저항경제는 일단 작동 중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을 앞두고 지방 행정기관에 권한을 분산시켜 수입 절차를 간소화했다. 육로 국경을 통한 무역도 지속되고 있다. FT는 "테헤란 연료 저장시설이 공습 당한 직후 연료 공급에 일시적 부족이 발생했지만 배급제로 신속히 대응해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전직 경제 관료는 FT에 "전쟁이 1년간 지속되더라도 버틸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석유 일변도 경제가 아니라는 점 역시 저항경제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영국 싱크탱크 부르스 앤 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이란이 지난 회계연도에 약 70억 달러 상당의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지금도 금속·화학물·식품 등 비석유 수출만으로 월 2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봤다. 석유 무역을 완전히 없애더라도 재고가 유지되는 한 다른 세관 출구를 통해 수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라는 역설적 호재도 있다. FT는 "지난 한 달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이란이 수백만 배럴을 계속 수출해 하루 1억4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 안정을 위해 이 판매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FT는 이란의 에너지 무역 관계자를 인용해 "유가 상승이 이미 전쟁 비용의 일부를 보전했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봉쇄 부메랑

하지만 저항경제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 경제의 인질로 잡으면서 미국과 걸프 동맹국을 압박한다는 게 이란의 구상이지만 해당 조치가 동시에 이란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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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운행하는 화물선들. 로이터=연합뉴스

FT는 해당 사례로 식량 조달을 들었다. 이란은 밀·유지종자·쌀을 수입에 상당량을 의존하고 가축 사료용 대두·옥수수 등을 거의 전량 수입한다. 이 물자의 상당 부분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하는데 UAE가 이란의 걸프 동맹국 공격 타깃이 되면서 식량 조달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안 경로로 중국~이란 북부를 잇는 철도와 남부의 차바하르 항이 거론되지만 수용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제철소·화학공장·식수까지 정조준…확산되는 상호 파괴전

비석유 산업시설이 저항경제의 주요 축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이란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스라엘이 비석유 수출의 생산 기반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이스라엘 연합군은 28일 이란 최대 규모 제철소 2곳을 타격했다.

이란의 보복도 산업 시설을 겨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29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파편이 이스라엘 남부 산업단지의 화학공장을 타격했다. 14개 이상의 대형 공장이 밀집한 이 단지는 이스라엘 화학 생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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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주요국 식수·생활용수의 담수화 의존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이터통신·AP통신 등 외신종합]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했고 이스라엘도 레바논에 지상작전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식수 인프라를 둘러싼 파괴전도 저항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이미 징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란과 바레인은 각각 7일과 8일 서로의 담수화 시설이 공격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전기를 때리면 전기로, 물을 때리면 물로 응수한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중동 지역이 전 세계 해수 담수화 역량의 40% 이상을 단독으로 차지하는 상황에서 담수화 시설 타격은 민생에 치명상일 수밖에 없다.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민간 시설 파괴가 전쟁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경제적 회복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란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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