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자 피난처가 없다”…주식·채권·금·코인 동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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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증시 시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피난처가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진단이다. 중동전쟁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주식과 채권, 금, 암호화폐 가격이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 위험자산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으로 피신한다는 기존 투자 공식도 통하지 않는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4.26% 하락한 5052.46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 2월 27일과 비교해 19% 내렸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을 받아내던 개인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지수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달 4일 13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투자 대기 자금(예탁금) 규모는 지난달 30일 기준 111조원까지 주저앉았다.

세계 증시 흐름도 마찬가지다. 뉴욕 3대 지수 모두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나스닥종합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점 대비 약 12%, 10% 각각 낮은 수준이다. 이미 조정 국면(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도 고점 대비 약 9% 밀렸다.

안전지대는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역시 전쟁의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1일(현지시간) 자정 기준 국제 금값은 온스당 4589달러로, 중동사태 직전인 2월 27일(5247달러) 대비 12.5% 하락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이자가 없는 금의 투자 매력은 빠르게 식었다. 이전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까지 겹쳤다.

역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 5%에 육박했다(채권 가격은 하락).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재정 악화 우려가 장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금’으로 불렸던 비트코인 값도 내리막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8일 한때 개당 6만5000달러 선까지 밀리며 20여 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1일 오후 5시 기준 6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전쟁 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더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과 유가 상승, 금리 인상 압력, 공급망 변수 등 동시에 나타나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리지 않고 가격이 추락하는 중이다. 일부 투자자는 아예 현금 확보에 나섰다. 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현금 보유 확대 속도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라고 전했다. 키 어드바이저스 자산운용의 에디 가부어 매니징 파트너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운용 자산의 약 70%를 매도하고, 현재는 소량의 금과 채권만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금융시장 불안의 ‘트리거’가 된 중동 긴장과 국제유가 상승세는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종가 기준 배럴당 102.88달러로 전장보다 3.25% 상승했다. 종가 기준 10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전쟁은 채권과 금, 암호화폐, 변동성 거래 등 모든 투자 수단이 동시에 오작동할 수 있으며, 투자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톨바켄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대표는 “이렇게 많은 미지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만능 해법이란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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