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정위, 고발 자격 확대 제안…국무회의서 일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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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46년간 유지해 온 전속고발권 제도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국민과 기업에도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정위가 직접 제안하면서다. 다만 공정위는 국무회의에서 나온 고발 남용 등 부작용 우려를 보완한 새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전속고발권 전면 개편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주 위원장은 “국민과 사업자의 고발권이 제한돼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며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 소관 법률 중 공정거래법 등 형벌이 존재하는 6개 법률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 남용 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왜 공정거래사건은 (공정위가) 고발을 안 하면 수사도 못 하고 처벌도 못하냐”며 전속고발권 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개편 방안의 핵심은 직접 고발권과 고발요청권 확대다. 일반 국민은 300명 이상, 사업자는 30개 이상 등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나 사업자가 고발할 경우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담합 등의 사건을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감사원·중소기업벤처부·검찰청·조달청 등에 있는 고발요청권도 50개 중앙행정기관, 17개 광역· 226개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방정부에) 직접 고발권을 주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직접 공정거래사건에 대해 조사권을 갖는 방안 등도 언급했다.
공정위 방안에…재계 “경쟁 기업간 맞고발·보복성 신고 우려”
재계 등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는 공정위가 사건의 중대성과 시장 영향 등을 따져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필터’ 역할을 해왔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간 맞고발이나 보복성 신고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하고, 법무 대응 역량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은 악의적인 고발 등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치권이나 이익단체가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고발권을 활용할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른 국무위원들도 제도 개편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중복조사 등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고발 요청권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발하는 것과 동일한 선상의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 또는 사업자에게 고발권을 부여하게 됐을 때 상시적인 수사 리스크라든가 공소권, 고발권 남용 문제가 있다”며 “가격 담합 등 중대한 악성 범죄로만 (고발권을) 제한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이에 전속고발권 폐지에 시동을 정부도 ‘기어 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나온 대통령 지시사항과 각 부처의 우려 사안 등을 토대로 개편안을 다시 마련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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