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억 계약 깨질 판” 중소기업 비명…공포의 4월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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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산업계 전반에 ‘공포의 4월’이 현실화하고 있다. 식품·항공·물류·자동차·가구·뷰티 등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고유가 영향으로 31일 조업을 중단한 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부두에 정박한 쌍끌이 어선들. 송봉근 객원기자
미용 기기를 제조하는 A중소기업은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하던 수출 물량이 한 달 가까이 인도 항구에 발이 묶여버렸다. 대표 김모(53)씨는 31일 “납기일이 이미 너무 늦어져 한국으로 반송할 수밖에 없다. 추가 운송비 부담에, 6000만원어치 수출품도 폐기해야 한다”며 “이번에 두바이 계약이 성사돼 2년간 5억원 수출을 기대했는데 다 물거품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중동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산업계 전반에 ‘공포의 4월’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간 누적된 전쟁 여파가 4월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당장 대한항공이 전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4월부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월 예상 급유 단가 갤런당 4.5달러는 사업계획 기준 유가인 2.2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며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줄지어 멈춰선 대형 화물차들. [뉴시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0.8로 전월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일 경우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플라스틱·비닐의 원재료인 ‘나프타 쇼크’가 자동차·가구·뷰티·패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테리어 업계는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재 가격이 뛰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오균 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는 “표면재와 보드 등 수입 원자재 선적이 어려운 상황이고, 일부 품목은 벌써 가격이 20~30% 올랐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비상이다. 라면·과자 포장재 재고가 한두 달치에 불과한 데다, 대체 소재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주력 제품 외에는 생산을 중단하는 비상경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4월 이후 식품업계 전반에 생산 차질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배달 식·음료의 포장 용기 가격이 40% 이상 오르면서 소상공인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류비 상승에 물류·배송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너무 오르니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 배달기사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공급망 전반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식탁 물가와 생활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워플레이션(전쟁+인플레이션)’으로 번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압박이 상당해 결국 가격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페인트 기업은 중동전쟁의 여파라며 최근 제품별 가격을 20~55% 올렸다. 직장인 박수빈(31)씨는 “인테리어 견적 가격이 한 달 사이에 1000만원 넘게 올랐다”고 했다. 일부 식당·카페 점주들도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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