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아이 죽었다” 속인 뒤 해외입양…누구도 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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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피해 당사자가 자신을 입양시킨 기관의 입양 담당자를 고소했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사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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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지난해 8월 강북경찰서로부터 받은 불송치 결정문 중 일부. 사진 독자

마리 루이즈 왕(34·한국명 최진숙)은 지난해 5월 본인을 덴마크로 입양시킨 봉사단체 담당자 김모씨를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미성년자 약취 등의 혐의로 도봉경찰서에 고소했다. 하지만 김씨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지난해 8월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마리에게 보낸 불송치 결정문에는 “서류 작성 명의자는 사망하였고, 당시 직원 명부는 보존 기간 만료로 직원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가 해외로 입양된 시점으로 10년이 경과해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리는 “입양 과정에서 입은 피해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경찰에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신청했지만, 지난 1월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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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지난 2023년 자신을 입양보낸 기관으로부터 받은 본인의 입양 의뢰 신청서 중 일부. 사진 독자

실제로 김씨가 작성한 마리의 입양 의뢰 신청서에는 “산모는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모의) 모가 아동을 입양 보내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했다”고 적혀 있다. 마리는 지난 1992년 태어나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돼 살아왔지만, 그간 이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023년 본인을 입양시킨 기관에서 입양의뢰신청서를 받게 돼 뒤늦게 고소에 나섰다고 했다. 마리는 “생모가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다는 건 결국 의사가 생모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입양기관 역시 이를 알고도 모른 체하고 외국에 입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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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송상교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과거 대대적으로 이뤄진 해외입양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 불법적인 관행으로 인해 수많은 인권침해가 일어났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진실화해위 2기는 2년 7개월 동안 조사하고도 전체 367건 중 98건만 의결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3기를 출범시키며 해외입양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 3국’ 설치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진실화해위 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 출범 직후 한달간 접수된 해외 입양 사건은 모두 316건이고, 지난 2기에는 접수되지 않았던 해외 거주자의 진실규명 신청 사례도 나와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제주도를 찾아 4·3사건을 두고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리는 이에 따라 “생모에게 자신이 사망했다고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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