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공의료 늘리겠다는데…고장 의료기기 방치에 의료진 못 구하는 공공재활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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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전국 각 권역에 마련한 공공재활병원들이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의료기기를 교체할 비용이 없어 고장 난 채로 방치하거나 전문의 1명이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모두 진료하는 실정이다.
경인권역재활병원에 방치된 고가의 의료기기. 변민철 기자
인천 연수구 경인권역재활병원은 2009년 개원 때부터 사용한 의료기기를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의료진과 직원들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벅차 새 의료기기를 도입할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진은 고장 난 고가의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병원 한쪽에 방치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병원을 직접 방문해 보니 강직이 심한 환자를 치료하는 월풀은 6개월 넘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1억원이 넘는 수중 트레드밀 장비는 고장으로 최근 작동이 5년 전이었다. 첨단 장비가 도입된 로봇치료실은 하지·상지 재활 시스템이 모두 고장 나 3년째 운영이 중단됐다고 한다. 이런 기기들은 수리비용도 비싸 정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자동제세동기를 비롯한 잔뇨량 측정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전기치료기 등도 사용 연한이 지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권역재활병원은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종합대책의 하나로 지난 2005년 12월부터 전국 각 권역에 마련됐다. 현재 전국 8대 권역(경인·강원·제주·대전충청·호남·영남·경북·충남)에서 병원이 운영 중이며, 건립 비용에 국비 70%가 지원됐다. 권역재활병원은 뇌졸중 환자나 뇌병변장애인 등 재활 치료가 필요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지역 거점에 지어져 접근성이 좋고, 민간 재활병원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 취약계층이나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도 벌인다.
그러나 정부가 이 병원들에 지원하는 운영비는 재활 프로그램 사업 명목의 1억4000만원뿐이다. 그러다 보니 병원 수익은 대부분 인건비로 쓰인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용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생긴 적자를 보전하는 데도 부족하다고 한다. 홍현택 경인권역재활병원 원장은 “경영진의 능력 부족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닌지 환자들에게 항상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의료진 전문성도 높고 접근성도 좋은 공공의료시설인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운영이 중단된 경인권역재활병원 로봇재활치료실. 변민철 기자
경영난에 인력난 겹친 지방 공공재활병원
지방 공공재활병원은 경영난에 더해 인력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 특성상 의료진을 채용하려면 서울보다 인건비를 더 제공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엄두를 못 내는 처지다. 제주권역재활병원 관계자는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진이 귀한데, 적자로 3년 동안 의료진 인건비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기도 고치지 못하고, 보일러같은 병원 시설도 노후됐는데 수리를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북권역재활병원 관계자도 “정부 지원이 없으니 민간병원에 비해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며 “나름 전문재활병원인데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단 1명뿐”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17개 시도와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추진전략 중앙·지방 협의체’를 지난달 17일 구성했다. 지역필수의료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 전까지 지역별로 필요한 공공의료서비스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공공의료 확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권역재활병원 지원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권역재활병원 관련 정책은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권역재활병원을 수가 시범사업 우선 대상에 포함하는 등 공공의료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권역재활병원 운영 주체는 지자체로, 각 의료기관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해 지방비와 모병원 예산으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운영비 국고 지원은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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