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값 안정 vs 소비 위축...다주택 이어 갭투자자 압박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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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01.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갭투자자’로 불리는 비거주 집주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절반가량은 이미 ‘보증금 역전’ 상태다. 추가 규제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는 (세제·대출규제 등에서) 제외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갭투자 등 투자 목적의 비거주 주택에는 불이익을 주되, 실수요 성격의 일시 비거주 1주택은 구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이 대통령은 “투자·투기용 비거주 주택에 대한 장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도 보유세 개편 대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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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X에 올린 글

중앙일보가 이날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2016년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의 방법론으로 재분석한 결과, 소유 주택을 세 놓고 다른 집에 전·월세로 사는 ‘집 있는 세입자’는 지난해 기준 89만3000가구(수도권 63만7000가구)로 추산됐다. 금융연구원의 2016년 분석치인 68만 가구에서 10년 새 31% 늘어났다. 이 가운데 47.6%(42만5000가구)는 임대보증금(임대를 내주고 받은 보증금)이 거주보증금(보유한 집 대신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보다 많은 취약가구로, 10년 새 9만5000가구 증가했다.

이들의 재무 상황은 이미 상당한 압박 수위에 올라와 있다. 보증금이 역전된 취약가구의 저축금액 대비 임대보증금 배율은 2.68배에 달했다. 다음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저축을 전부 털어도 보증금의 34%밖에 돌려주지 못하는 구조다. 거주보증금을 포함한 금융자산 전체로 계산해도 1.24배로, 금융자산만으로도 임대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다. 연간 원리금을 경상소득으로 나눈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은 2023년 19.5%에서 지난해 32.8%로 올랐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대출 규제와 보유세가 강화될 경우다. 금융당국은 이날 다주택자 관련 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비거주 1주택 문제에 대해서도 최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국토계획’에 실린 논문(이태리·송인호)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가 상승하면 주택 가격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나 자산 가치 하락을 촉발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 소비는 종부세 인상 3년 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종부세 개선이 필요하다면 주택 시장과 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를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가구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14년 ‘주택연구’에 게재된 논문(이창무·임미화)에서 주택 거래회전율이 1%포인트 감소하면 일반 가구 소득이 0.45%, 부동산 연관 산업 종사 가구는 추가 0.39%로 총 0.8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진행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거래가 위축되면 일자리도 줄고 수입도 줄어 경기 침체나 소득 감소 효과가 상당히 크다”며 “보유세 인상은 가구의 가용소득을 줄이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비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취약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은 4392만원으로 보증금 역전이 없는 집 있는 세입자(5326만원)보다 934만원 적었다. 이 격차는 2020년 402만원에서 5년 새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취약가구의 65.3%는 이미 가계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보유세까지 더해지면 추가적인 소비 다이어트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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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있는 세입자

보유세 부담에 집을 팔고 싶어도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기존 세입자가 있으면 사실상 매도가 어렵다. 다만 정부는 다주택자에 한해 임대차 계약 종료 시까지 실거주 유예 기간을 줬는데, 비거주 1주택자에도 유사한 매도 유도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무분별한 갭투자가 그동안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이를 억제하려는 정책 방향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다만 ‘집 있는 세입자’에 대한 강한 압박은 매물 증가보다 소비 위축으로 먼저 연결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집값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세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실제 세금 부담은 이들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 나라들보다 낮으니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세금이라는 것은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부과해야 한다”며 “보유세도 올리고 양도소득세도 높아지면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라는 정책이 돼 거래 절벽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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