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술용 포장재, 재고 한달치뿐” 의료 현장도 중동 쇼크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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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한 플라스틱 기업 공장 원료창고의 모습. 뉴스1

“수액 외포장재(포장용 필름) 재고는 이달 안에 소진될 것 같습니다. 현재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멸균지 등 의료기기 포장재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생산 차질로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크고 작은 병원들에 납품하는 그는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카테터(치료용 관) 등 수술 관련 모든 제품은 포장해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재고로 버텨왔지만 4월을 넘기면 고비를 맞을 것이다. 결국 병원 수술·항암치료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이 흔들리면서 의료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수액 백과 일회용 주사기, 멸균용 포장지 같은 필수 의료 소모품에 전방위로 쓰인다. 가격 줄인상에 이은 수급 불균형으로 환자 치료 등에 지장이 갈 거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LG화학은 지난달 25일 의료기기 포장재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의료용 소모품에 쓰이는 플라스틱·비닐(필름) 제품 소재인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고밀도폴리에틸렌(HDPE)·PP·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을 4월부터 t당 50만원 올리겠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도입 경로가 차단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초 PE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2월 대비 t당 20만원 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은 추가 인상 신호탄이다. 당시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관련 업체 11곳이 다 같이 가격을 올렸다. A씨는 “원자재 가격 인상 공문이 매주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수액제 포장재가 오는 6월까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다”며 “포장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수지도 지속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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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료기기 도매업 업체가 거래처에 보낸 단가 인상 공문. 1일부터 라텍스·니트릴 장갑 가격을 30% 이상 올린다고 밝혔다. 사진 인터넷 캡처

가격 불안은 포장재에 그치지 않는다. 한 의료기기 도매업체는 “수급 불안정에 따라 4월부터 라텍스·니트릴 장갑 가격은 30% 이상, 일회용 주사기는 20% 이상 인상한다”고 거래처에 통보했다. 단가 인상 공문을 발송한 도매업체가 8곳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사기부터 소독용 에탄올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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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여파로 주사기 등 일부 품목 구매 수량 제한을 알린 한 의료기기 전문 쇼핑몰. 사진 인터넷 캡처

사재기 조짐도 나타난다. 한 의료소모품 전문 쇼핑몰은 최근 “주사기 생산량 감소로 주문이 갑자기 집중되면서 정상 출고가 어렵다. 일부 품목은 구매 수량 제한을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른 곳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일시 품절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기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이대로면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병원, 요양병원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의료 소모품 사용이 많고, 상대적으로 공급선이 취약한 요양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 중 하나”라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환자 치료도 문제가 생길까 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각종 소모품 이용이 많은 돌봄 현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말 의료용품을 제조하는 B 업체는 간이변기·좌욕기 가격을 이달부터 20~25% 인상한다고 거래처에 알렸다. 복지 용구 판매업자가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선 “4월에 폴리염화비닐(PVC) 등 가격 오른다는 공문이 쏟아진다”, “물티슈·기저귀까지 타격 입을 것” 같은 우려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보건의료 주요 단체들과 의약품·의료제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재고가 부족하진 않지만, 필요하면 포장재 변경 등에 대한 허가·신고를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범부처 대응 기구를 중심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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